"은행 직원도 당했다"‥ 2030 여직원 노리는 '그놈 목소리'

입력 2016-03-07 11:26
수정 2016-03-25 13:36


남의 일이겠지 방심했다간 한순간에 통장 잔고가 0원이 될 수 있다?

금감원, 검찰청 등과 관련된 일을 종종 하는 직장인 A(30·여)씨는 지난달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기에서는 "금감원 B씨 아십니까?" 라며 ○○검찰청 □□□ 수사관이다. 귀하께서는 통장 사용 사기 범행에 연루된 피의자로 수사받고 있다"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A씨는 관심을 갖고 내용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 새인가 보이스피싱범의 말을 믿게 되었고 당황한 A씨는 지시를 따랐다. 상대방은 "금융감독원과 공조를 한다. 계좌의 돈을 모두 뽑아서 금감원이 있는 서울 여의도에 가면 보호해주겠다"고 말했다.

상대방은 A씨가 계좌 잔고뿐 아니라 적금까지 깨 현금을 들고 여의도로 이동할 때까지 관련 법조문 등을 쉴새 없이 이야기하며 전화를 끊지 않았다. 결국 A씨는 2천만원을 보이스피싱 범에게 뺐기고 말았다. 통화 시간은 무려 8시간이나 됐다.

A씨가 피해를 본 날 같은 수법으로 은행여직원 B(33·여)씨도 4천2백만원을 뜯겼고, 이달 3일에도 C(28·여)씨가 2천여만원의 피해를 봤다.

최근 전문직 업종 2~30대 여성들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사건에 많은 피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보이스피싱과 다른 점은 피해자에게 절대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으면 해당 번호를 검색하거나 수사 기관에 문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되면 교체하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틈을 주지 않았다.

범인 추적도 쉽지 않다. 7일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범인들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다 폐쇄하는 추적이 어려운 전화번호를 사용했고, 현장에서 돈을 받을 때도 철저히 CCTV 사각지대로만 이동했다.

영등포 경찰 한 관계자는 "결혼 자금 등 현금이 많은 20, 30대 여성이 범행 대상으로 2주에 한 번꼴로 비슷한 피해가 접수되고 있다"며 "은행, 공무원 등 전문직 여직원의 피해 사례도 접수되고 있다"라며 주의를 요했다.

이어 "수사 기관은 절대 현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번호 차단 어플 등을 다운받는 등 미리 예방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