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101', 연습생이 아닌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바라보라

입력 2016-02-19 18:26




'프로듀스 101'의 계약서가 유출된 뒤 언론은 물론이고 대중의 뭇매를 맞고 있다. 과연 '프로듀스 101'은 CJ E&M 혹 Mnet(엠넷)의 갑질인가?

'프로듀스 101'은 TV 프로그램이기 이전에 하나의 거대한 기획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콘셉트 혹은 콩트라고 볼 수 있지만, 진행을 맡은 장근석을 '대표님'이라고 칭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또한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시청자는 연습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프로듀스 101'이란 기획사 소속 프로듀서다.



■ 방송 스포일러 vs. 사업 기밀유출

- '병(연습생)'은 본 계약기간 중 프로그램 진행 내용과 공연 현황 등 제작 기밀사항에 대해 SNS와 다른 어떠한 매체를 이용한 공개 또는 누설 행위를 할 수 없다'- '을(가요 기획사)'의 가족이나 지인 또한 인터넷에 글을 게재하거나, 타 방송 및 언론 매체 또는 제 3자와의 녹음, 녹화, 출연, 인터뷰 강연을 할 수 없도록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해당 규정은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라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프로듀스 101'이라는 기획사라는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말 그대로 위의 행위는 '사업기밀유출'이다. 

하루 이틀 만에 뚝딱 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이돌이 아니다. 오랜 기간 기획을 통해 최종적으로 아이돌이 탄생한다. 그런데 '프로듀스 101'은 아이돌 기획 과정의 일정 부분을 공개하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의 기획사는 아이돌 기획을 비밀리에 진행하지 이렇게 대놓고 하는 경우는 없다. 





■ 열정페이?

제5조에 따르면 연습생들의 출연료는 0원이고 엠넷이 기획해 발매하는 음원 콘텐츠의 수익은 '갑(씨제이이앤엠 주식회사)'이 50%, '을'이 50%를 갖게 돼 있다. 음원 콘텐츠 작업에 참여한 세션 등 작품자들의 지분은 '을'이 배분하게 돼 있다. 

이 과정에서 방송에 출연하는 연습생들이 출연료가 '0원'이라는 점이 화제가 되며 "아이돌이 되겠다는 청춘들이 줄을 섰기 때문에 이런 열정 페이가 가능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다시 한 번 '프로듀스 101'이라는 기획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로부터 받는 노래와 댄스 수업, 숙소 및 의상 제공 등 개인 연습생이라면 꿈만 같은 대접을 해준다. 특히, 제아, 치타, 가희, 배윤정 등의 강사진은 개인 연습생이라면 그들에게 돈 내고 수업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다. 

물론, '줄을 서 있다'는 표현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그 줄 서 있는 원석들은 원석 자체로 빛날 수 없다. 원석을 빛나게 가공하는 게 기획사('프로듀스 101')의 노력이고 기획이다. 연습생들만 눈물과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 화려한 3개월

국민은 직접 연습생을 선발할 권한을 받았지만, 연습생을 볼 기회는 너무 한정적이다. 방송에는 101명의 연습생 모두가 같은 분량으로 나오지 못했다. 일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렇다고 매주 발전하고 있는 연습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회에 거쳐 사실상 한 회 분량이 방송을 타기 때문에 총 다섯 번 정도의 기회밖에 없다. 차라리 방송 회차를 늘리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이 연습생을 확인할 기회를 더 늘렸어야 한다.

또한, 무대 영상은 엠넷의 음악 방송 '엠카운트다운'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하다. 프로듀서가 연습생을 선택할 때 무미건조한 카메라 테스트를 통해 선발하면 선발했지 그런 화려한 카메라 워크가 첨가된 영상을 보고 선발하지는 않는다. MSG를 넣으면 웬만한 음식이 맛있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카메라 워크는 못 추는 춤도 멋있어 보이게 하는 MSG다.

다시 말해, '프로듀스 101'이 비판을 받아야 할 부분은 계약서의 내용이 아니라 '11부작'이라는 짧은 방송 기간과 음악 방송을 방불케 하는 무대 위 카메라 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