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혁(사진=KIA 타이거즈)
실전에서 버틸 수 있는 자신감 그리고 벤치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 시즌 마무리로 활약했던 윤석민이 선발로 복귀하면서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는 또다시 공석이 됐다. 그리고 새로운 마무리에 심동섭이 일찌감치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강력한 마무리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한승혁이다.
한승혁은 구속에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투수다. 최고 150km를 훌쩍 넘는 스피드로 현재 KIA의 토종 투수 가운데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다.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구속을 가지고 있는 투수다. 하지만 한승혁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파이어볼러들의 공통적인 문제인 제구력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실상 제구력이 제로에 가까운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제구력만 갖춘다면 리그에서 대형 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제구력은 그 동안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 제구력을 잡기 위해서는 투구 폼을 뜯어 고쳐야 하는데 이는 선수생명을 건 모험에 가까웠다. 일각에서는 투구 폼을 교정할 경우 구속이 심하게 떨어진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결국 투구 폼 교정 없이는 제구력을 향상 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한승혁에게는 더 이상 기대할 요소가 없었다.
그런데 한승혁이 모험을 걸었다. 지난 시즌 중반 이후 투구 폼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현재는 새로운 투구 폼에 완전한 적응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단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연습경기에 등판한 한승혁은 구속은 BEST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비록 한 경기였지만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변화구 구사에 있어서도 땅에 박히는 볼이 사라졌다.
바뀐 투구 폼을 보면 확실히 팔 스윙이 간결해졌다. 이는 전성기 이대진 코치의 간결했던 투구 폼과 흡사한 인상을 준다. 현재 마무리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직이 아니라 실전에서 얼마나 자신감 있는 피칭을 하느냐 하는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연습경기에서 성과를 내는 사례는 많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실패를 하는 사례도 많다. 특히 불펜 투수로 뛰는 투수들은 더욱 그렇다. 불펜 투수들은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일이 많기 때문에 한 두 번의 실패로 자신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한승혁도 연습경기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실전에서도 얼마나 배짱 있게 경기를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또한 벤치에서 한승혁에 대한 신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몇 차례 실패하며 보직을 변경 시키거나 다시는 기용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특히 불펜 투수들의 경우는 마무리 혹은 필승카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중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처음부터 오승환과 같은 마무리 투수가 되면 좋겠지만 모두가 그렇게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실패를 하더라도 꾸준한 기회와 뚝심을 가지고 기다려 줘야 강력한 불펜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캠프 연습경기가 아닌 정규 시즌에 들어가서 인내를 가지고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물론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또한 보직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기아 코칭스텝에서 올 시즌 한승혁을 불펜 자원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훌륭한 잠재력을 갖췄지만 치명적인 약점을 해결하지 못해 만년 유망주로 남아 있었다. 많은 고민과 두려움 속에서 변화를 선택한 한승혁. 과연 올 시즌 기아 불펜과 팬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지,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시작이 좋은 만큼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