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진단③]'펫방' 예능 트렌드 이끌 수 있을까

입력 2016-02-04 09:30
수정 2016-02-04 09:53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수가 천만을 넘어서며 지난해 반려동물산업 전체 규모가 2조 원을 웃돌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내놓은 2015년 12월 연간 소매판매 및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의 애완용품 거래액은 2,600억 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4년보다 31.6% 증가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예능, 드라마에도 애완동물을 소재로 한 방송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최초 고양이를 소재로 한 MBC every1 '상상고양이'를 비롯해 동물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며 감초 역할을 해왔다.

 

예능에서 펼쳐지는 동물들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tvN '삼시세끼'에는 밍키, 산체, 벌이가 등장했고, 산체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이제는 애완동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까지 생겨나며 펫방은 새로운 예능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펫방'의 대표주자로는 JTBC '마리와 나'와 채널A '개밥 주는 남자'가 있다. 우선 '마리와 나'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반려동물과 떨어져야 하는 주인들을 대신해 출연진이 1박 2일동안 '펫시터'로 나서 다양한 반려동물을 보살피는 상황이 주요한 설정이고 '개밥 주는 남자'는 반려견들과 사람의 일상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두 프로그램은 관찰 카메라 형식을 차용해 연예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그러면서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도 제공한다. 반려동물을 키울 때 필요한 팁과 주의해야 할 점들을 상기시키며 주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한 필요 요소를 알려주고 있다.

 

동물들과 함께 있을 때 보이는 연예인의 새로운 모습도 볼거리다. 강호동과 현주엽, 주병진은 '펫방'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강호동은 주먹만 한 고양이 토토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강블리'라는 애칭을 얻었을 정도다.

하지만 '펫방'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너무 어린 동물이나 품종 견, 품종 묘 위주로 출연시키는 것이 불러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 너무 어린 동물이 어미와 떨어지게 되면 성격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송에 나온 동물의 귀여운 모습에 반해 무작정 분양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도 문제다. 충분한 준비 없이 하는 분양은 동물 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 

품종견과 품종묘를 선호하는 추세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펫방'에는 주로 품종묘, 품종견이 등장한다. '삼시세끼'의 마스코트 산체는 장모 치와와로 분양가가 100만 원 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송 후 분양을 원하는 사람이 많아져 분양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반려 동물을 소유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펫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동물도 종에 따라 성격이 다르다. 활발함이 도를 지나쳐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거나 외로움을 많이 타 혼자 사는 사람이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은 종도 있다. 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분양받았다가 키우기 힘들어졌다며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개밥 주는 남자'에서 현주엽이 반려동물 입양을 반대하는 아내 몰래 반려견을 들여오는 장면은 시청자의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동물을 싫어하던 사람도 함께 지내다 보면 정이 붙어 가족이 된다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만, 현실에서 가족의 동의 없이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게 되면 동물 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 방송에서 재미로 다루는 이야기가 동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마리와 나' 김노은 PD는 "펫방이 우후죽순 생기는 것은 우려된다. 유기견을 입양하고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도 유기견이 아닌, 주인이 있는 사람들의 동물을 위탁받아 방송을 만들고 있다"면서 "방송을 통해 반려동물의 귀여운 모습도 보여주고 또 키우면서 힘든 것들을 포장 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개밥 주는 남자' 측 관계자 역시 "반려견은 예쁘거나 귀여워서 키우는 존재가 아니다. 엄청난 애정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사랑을 주는 만큼, 사람들도 반려견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라고 기획 의도를 알렸다.

 

이어 "반려견 키우는 것은 아이 키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힘들지만, 감동적이고 보람 있다는 것이다. '개밥 주는 남자'도 이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주병진 씨는 개밥 주는 남자 출연하면서 얼어있던 심장이 녹는 기분이라고 하더라. 시청자들도 삶의 위안과 기쁨을 찾아내는 모습에서 공감과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펫방'이 살아남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기 좋게 포장된 이야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주기보다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펫방'의 역할이자 숙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