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맞이 결산]무한도전, 흔들릴 순 있어도 쓰러지진 않아

입력 2015-12-26 21:08




명실상부 1위 예능 MBC '무한도전'의 2015년은 어땠을까? 파란만장했던 무한도전의 한 해를 짚어봤다.





◆새로운 무도맨의 무능력지난해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노홍철의 빈자리는 컸다. 노홍철이 떠나자 유재석은 버거워했고, 김태호 PD는 '무도식스맨'을 뽑기로 했다. 식스맨 선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유력 후보였던 장동민이 '여성 비하 발언'으로 자진 하차했다. 이후 최종 후보로 최시원, 광희, 강균성 등이 올랐고, 결국 광희가 식스맨에 선정됐다. 

하지만 광희는 무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일명 '노잼' 논란에 휩싸였다. 무한도전 시청자 게시판에는 광희를 질책하는 글이 다수 게재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는 '무한도전 황광희 노잼' 등이 연관 검색어로 오르기도 했다.





◆'웃음사망꾼'의 등장무한도전의 이름에 걸맞게 맏형 박명수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도전했지만 큰코다쳤다. 시종일관 시청자와 불통하는 모습으로 노잼을 선사한 박명수는 '웃음사망꾼'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는 무한도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들어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지 못했던 무도는 박명수의 노잼 논란으로 '무도도 이제 끝났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웃음사망꾼 특집'을 통해 절망을 희화화 시키며 간신히 숨을 이어갔다.





◆미친 존재감의 상실'미존개오(미친 존재감 개화동 오렌지족)'. 정형돈의 개그감이 물이 오르며 생긴 별명이다. 조용하지만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던 정형돈의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고, 결국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다. 정형돈의 소속사는 "오래전부터 앓아왔던 불안장애가 최근 심각해지면서 방송을 진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제작진과 소속사 및 방송 동료들과 상의 끝에 휴식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던 정형돈의 하차로 유재석의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 



◆버릴 수 없는 그녀석무한도전에게 그녀석 노홍철은 자꾸만 생각나는 전 남친과 같은 존재다. 시청자들이 잊을만 하면 방송에 그녀석을 언급하며 상기시켰다.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의도를 드러내기도 했다. '무한도전' 공식 SNS에는 "'무한도전' 현재의 5인 체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노홍철의 '무한도전' 복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길의 '무한도전' 복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등의 질문과 함께 설문조사로 이어지는 홈페이지 주소가 게재됐었다. 하지만 '물의를 빚은 연예인을 복귀시키려 한다'는 반발이 거셌고, 해당 내용은 삭제됐다. 

이에 김태호 PD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느니 안 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올 한 해를 정리하는 '무한뉴스'에서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대답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선에서 진행한 것이다"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노홍철 복귀'에 대한 의견을 떠보려 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박명수의 가발 홍보 논란까지 이어지며 무한도전은 최악의 해를 보냈다. 아울러 '재미'라는 측면에서도 다소 부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노홍철과 정형돈이 빠진 자리를 광희가 채우기엔 역부족이었고, 유재석은 벅차 보였다. 

김태호 PD도 이 점을 뼈저리게 느낀 듯 지난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새로운 도전' 특별강연에서 "2008년부터 TV 플랫폼을 벗어나 영화, 인터넷 등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건의를 많이 했다"며 "하지만 문제는 '무한도전'의 시즌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아이템을 해결할 수 없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김 PD는 인터넷 플랫폼으로의 전환과 시즌제를 언급했다. 그는 "'무한상사'를 매주 월요일 밤에 시트콤으로 제작해서 시즌제로 1년에 열두 편씩 만드는 것도 재미있는 생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혹독한 한 해를 보낸 무한도전이지만 마무리를 무의미하게 끝내지는 않았다는 평이다. 지난주에 걸쳐 방송된 '무도 공개수배'에서 또 한 번 무도의 힘을 실감했다는 의견. '무도 공개수배'는 부산 올 로케로 진행되었고, 실제 형사들이 참여해 한층 실감나고 박진감 넘쳤다. 방송 전부터 '무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10년을 이어온 무한도전의 팬들은 좋은 말만 늘어놓지 않는다. 쓴소리도 마다치 않는 것은 모두 무도의 내일을 위해서다. 흔들릴 순 있지만, 쓰러지지 않는 무한도전의 2016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