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를 바르게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
- 비정상은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이란 뜻도
- 창조적 인재는 '비정상'에 가까울 수도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혼(魂)이 비정상'이라는 통상적이지 않은 화법도 의아했지만, '비정상적인 혼(魂)'이란 과연 무슨 뜻일까 무척 궁금해 졌다.
모호한 말은 '의미를 풀어쓰는' 영어로 바꿔보면 의외로 그 뜻이 분명해 질 때가 있다.
그래서 직접 기사를 써야하는 청와대 출입 영자지 기자에게 '혼이 비정상'이라는 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지 물어봤다.
영자지 기자들은 대부분 '혼이 비정상'이란 말은 너무 상징적 표현이라 영문 기사에 담지 않기로 했다는 실망스런 답변과 함께 굳이 바꾼다면 'Broken Soul (깨진 영혼)' 정도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자의 생각은 한국에 사는 외국 청년들이 패널로 등장하는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옮겨갔다.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찾아본 결과 여기서 말하는 '비정상'은 각국의 총리나 대통령 같은 정상(頂上)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란 뜻과 순수 한국인 및 기성 세대의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이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대통령이 말한 '비정상'은 부정적 뉘앙스가 매우 강한테 반해, 비정상회담의 '비정상'은 긍정적인 재기발랄함이 가득하다.
기자의 몽상은 다시 기업 조직으로 이어졌다.
최근 기업들은 혁신을 화두로 창조적인 인재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남과 다른 사고, 무모한 도전 정신, '노(No)'라고 외칠 수 있는 패기....등등 혁신을 이끌 창조적 인재상은 다양하게 표현되지만 한마디로 '정상' 보다는 '비정상'에 가깝다.
기업들은 이런 '비정상적' 인재를 찾고 있지만 면접관 앞에 선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드레스코드에 붕어빵 같은 답변만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젊은이들 뿐이라는 하소연이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직장인은 물론이고 회사에 단 한번도 다녀 보지 않은 예비 직장인들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이 사회는 '비정상적'인 사람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물인터넷(IoT) 개념의 창시자 케빈 애슈톤은 저서 '창조의 탄생(How to fly a horse)'에서 '조직은 준수와 창조 사이에서 경합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애슈톤은 "조직의 지도자는 창조를 당부하면서도 항상 규율을 요구한다. 창조하지 않더라도 규율을 준수하면 승진할 수 있다. 창조는 하지만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해고될 것이다"라며 "조직에 공헌할 때가 아니라 규율을 준수할 때 보상이 주어지는 경우를 가르켜 사내정치(Office Politics)라고 한다"라고 규정했다.
'혼이 비정상'이란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사내 정치로 연결되자, 드디어 모든 것이 분명해 졌다. 대통령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