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서 기거하며 공양과 청소 등 사찰 유지 업무를 하는 '처사'와 '보살'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한 사찰 주지 스님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내가 처사 A씨를 부당해고했다는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한때 승려였던 A씨는 환속후 지난해 8월부터 이 사찰 처사로 일하다가 자신이 11월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구제신청을 냈다.
사건을 맡은 중노위는 올해 5월 "근로자가 맞으며 해고 당시 서면통지가 없어 부당해고를 당한 점이 인정된다"라고 판정했다.
그러자 주지 스님은 "이 사찰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상시 5인 이상 근로자 사용 사업장이 아니다"라며 불복소송을 제기했던 것.
재판부는 "A씨가 수행을 위해 머물며 자율적으로 사찰 유지·관리를 돕고 수고비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중노위의 판정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사찰에 A씨와 같은 처사나 보살이 10여 명 있지만 이들은 주지 스님과 근로계약서를 쓰거나
업무내용·시간 등 근로조건을 협의한 적이 없고 주지 스님 역시 특별한 업무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처사와 보살들에게 지급된 월 50만∼150만원의 보시금도 근로소득세를 떼지 않았고 사찰이 4대 보험 신고를 한 적도 없는 만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A씨는 자신이 주지 스님이 아닌 다른 스님의 지시를 받고 근로자로 일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의 말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주지 스님이 아닌 다른 스님에게 고용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