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폴란드 여성이 한국 전통음식(한식) 전문 서적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막을 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다. 책 제목을 한글로 풀이하면 '한국의 전통 음식'(원명 Tradycje kulinarne Korei)이며 저자는 막달레나 볼라웨 박사(33)다. 책은 김밥ㆍ불고기 등 22 가지 한국 음식 소개 내용과 칼라 사진 등을 곁들인 총 303쪽 분량이다. 과거 동구권에서 한식 전문 서적이 출간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며 음식 한류 바람이 유럽의 변방까지도 상당한 강도로 불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학에서 음식 문화를 가르치는 볼라웨 박사는 한식의 우수성을 수년간 연구와 경험으로 체험했다. 지난해엔 한국을 방문해 한식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사진도 찍었다. 이때 수집한 한식 자료들을 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폴란드에서 3000부가 발행됐다. 한식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 노릇을 한 셈이다. 그러나 그에게 한식 관련 자료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볼라웨 박사는 "폴란드는 물론 서 유럽에서도 한식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식 마니아는 그는 오래 전부터 김치를 담가 먹는다. 약과ㆍ불고기ㆍ비빔밥도 자주 만든다. 그는 "폴란드에 없는 젓갈 대신 생선 소스를 이용해 김치를 담그고 폴란드식 옹기로 숙성시킨다"며 "한식은 조리 과정이 조금 번거롭지만 폴란드인들은 건강식을 위해 이 정도는 감수할 것"이라며 한식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한식은 세계적인 음식이 될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식이 균형이 잘 잡힌 음식이란 이유에서다.
볼라웨 박사는 "맛이 좋은 음식은 건강과 거리가 멀고, 건강에 좋은 음식은 맛이 떨어지기 일쑤다"며 "한식은 맛과 건강의 균형을 잘 맞춘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의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서도 그는 음식 관련 스토리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인의 약 80%는 음식에 대한 문화와 역사를 알고 싶어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예컨대 김치 자체의 홍보에만 매달리지 말고
김치ㆍ김장에 얽힌 문화ㆍ역사ㆍ스토리를 함께 소개하는 것이 한식 세계화에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라웨 박사는 14∼18일 독일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의 한식 전문 서적 코너도 방문했다. 그는 "국제 도서전 등 해외 행사에 참가해 한식을 널리 알리는 홍보 활동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엔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가 담긴 다양한 한식 대중서ㆍ간행물ㆍ단행본 등 40여종의 한식관련 서적이 소개됐다. 이 자리엔 볼라웨 박사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출판인들이 방문하는 등 호응이 뜨거웠다.
올해로 67차를 맞은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은 전 세계 도서 저작권의 25%가량이 거래되는 세계 최대의 저작권 유통 전문 도서전이다. 지난해의 경우 전 세계 101개국에서 27만명이 행사장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