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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상대에게 불필요한 시비를 걸 필요가 있었을까?
11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두산이 3-2로 승리하며 2연승을 거뒀다. 두산은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반면 넥센은 1차전에 이어 2차전도 패하면서 2연패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과연 두산이 3차전에서 끝을 낼지, 넥센이 기적적으로 살아날지 지켜볼 부분이다.
2차전 8회초 갑작스러운 폭우로 33분 동안 경기가 중단 되는 등, 경기 후반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불필요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시 속개된 경기에서 넥센은 무사 1,2루의 절호의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타석에 등장한 서건창이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1사 2,3루가 됐다. 그런데 갑자기 1루에서 오재원과 서건창이 신경전을 벌였다. 물론 경기가 과열되다보면 신경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8회초 상황에서는 신경전을 펼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상황은 이랬다.
서건창의 번트 타구를 두산 3루수가 잡아 1루에 송구해 아웃. 이 과정에서 서건창은 오재원을 자극하거나 혹은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아웃 판정을 받은 후 돌아서는 서건창을 향해 오히려 오재원이 시비를 걸었다.
만약 과민 반응을 보여야 한다면 오재원이 아닌 서건창이 반응을 했어야 했다. 두산 3루수의 송구가 서건창이 뛰는 쪽으로 많이 치우쳤다. 또한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오재원은 공이 오기 전부터 엄밀히 말하면 서건창의 주루선상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3루수의 송구를 받고 서건창과 충돌을 피하는 오재원의 동작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
서건창은 지난 4월9일 두산과 경기 도중 1루에서 고영민의 발에 걸려 큰 부상을 당했다. 예상보다 일찍 복귀를 했지만 2달 이상 전력에서 제외가 됐었다. 따라서 서건창에게 더 큰 트라우마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상대 선수를 자극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만약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거나 반등이 필요했다면 상대 심리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두산은 상대를 자극하며 위험한 도박을 할 이유가 없었다. 어떤 의도, 어떤 이유에서 상대에게 시비를 걸었는지는 오재원만 알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큰 경기에서 상대를 자극해서 좋을 것은 없다. 이는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 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 사례는 달랐으나 과거 두산은 극도로 흥분하면서 일을 그르쳤던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07년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되더니 2차전과 3차전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 쪽은 두산이었다. 팀의 기둥이었던 김동주와 에이스 리오스가 극도로 흥분을 했다. 특히 리오스는 3차전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했고 4차전 선발로 등판했지만 정상적인 피칭을 하지 못했다. 물론 당시 두산이 원인 제공을 했거나 잘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의 자극에 두산이 말려들었던 것이다.
오재원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자신은 두산의 주장이라는 점이다. 주장이 나서서 상대를 자극하고 상대의 투지를 만들어줄 필요는 없다. 투지와 불필요한 시비는 출발부터 다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