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K-파이낸스··그래도 해외다

입력 2015-10-02 09:43
수정 2015-10-02 09:39
[한국경제TV 기획시리즈-Ⅱ] 험난한 K-파이낸스··"그래도 해외다"

<앵커>
한국경제TV가 금융한류, K-파이낸스를 위해 뛰고 있는 대한민국 금융의 현주소를 점검해 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순서로, 대한민국 금융의 현실과 해외진출의 이유를 점검해 봤습니다. 김민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거둔 순이익은 6.3억 달러. 전체 은행 수익의 10%에 불과합니다.

벌써 10년째 해외진출을 외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입니다.

은행별로 살펴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4대 은행 가운데 해외수익이 5%를 넘는 곳은 신한은행 단 한 곳 뿐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내놓는 해외 현지화 지표에서도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은 은행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그동안 한국인이 많이 살거나 한국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손쉬운 지역에만 집중한 결과입니다.

<인터뷰>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국내 은행들이 해외에서 성과를 못내는 이유는 첫째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손쉬운 영업을 하는 경향이 있고, 이에 따라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두번째는 현지기업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현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의 장기불황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자산 증가 속도는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이자이익은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 ROE는 10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한계에 직면한 은행들은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한국 금융의 해외진출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는데 급급한 국내 금융산업의 현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인터뷰> 윤석헌 숭실대 교수
"당장 나가서 돈을 벌어야하는 측면도 있지만 좀 더 중장기적인 투자를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부족한 부분은 수업료를 내고 배웠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느 때보다 금융외교의 필요성도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금융은 분명한 규제 산업인 만큼, 진출 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인터뷰> 정희수 하나금웅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아시아 국가의 측성상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을 해서 밑바닥을 깔아줘야 한다. 현지 감독당국과의 관계나 인허가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시련을 통해 배운 국내 금융권의 움직임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미안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성장률이 7~8%대 수준으로 높은데다 예대마진이 커 한번 자리 잡으면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입니다.

이제 손쉬운 한국인 마케팅에서 벗어나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그동안은 지점이나 해외사무소 형태의 진출이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현지법인을 좀 더 활성화시키고 소규모 은행이라도 금융회사를 인수하는 빅뱅식 접근방식을 쓰는게 해외진출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방법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은 벌써 10년째 나오는 뻔한 레퍼토리입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이유 역시 벌써 10년째입니다.

이렇게 뻔한 얘기지만, 그럼에도 해외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것은 여러 번의 실패 속에서 분명한 금융 한류의 가능성을 엿봤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