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현의 ‘펀드노트’] 120편. 포탄 파편(破片)

입력 2015-08-04 15:30
수정 2015-08-04 19:30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는 투자자산의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리스크를 중시해야하며 개별 자산의 리스크보다 포트폴리오 전체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 혁신적인 사고는 1950년대 이후 금융경제학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리스크를 숫자로 나타냄으로써 직관과 기술의 영역에만 머물던 리스크 관리를 정교한 이론으로 체계화하는 계기가 됐다.

라틴어에 뿌리를 둔 ‘포트폴리오’라는 말은 원래 ‘종이(foglio)’와 ‘나르다(portare)’는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처음에는 서류철이나 서류가방을 가리키다 나중에 여러 가지 (종이로 된) 증권의 모음이라는 뜻이 되었다고 한다.

16세기 세익스피어가 쓴 ‘베니스의 상인’에도 포트폴리오 개념은 등장한다. 젊은 상인 안토니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한 분야에만 투자하지 않았고, 한군데서만 사업을 벌이지 않았고, 올해 운에 내 모든 재산을 걸지도 않았다네. 그러니 투자 상품 때문에 슬퍼할 일도 없지”

분산은 위험을 줄이고 안정된 성과를 노리는 투자의 대 원칙이다.

자유방임주의와 시장제도를 통한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주장한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도 2차 세계대전 때 대공 포탄 설계에 참여해서 격추확률을 높이기 위한 파괴력을 고민하면서 파편의 분산을 고민했다.

작은 파편이 600개 나오는 포탄이 나을 까? 큰 파편이 20개 나오는 파편이 나을 까? 파편(破片)이 크면 적 전투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전투기에 파편이 맞을 확률은 떨어진다. 따라서 파편의 크기와 숫자를 놓고 최선의 조합을 찾아야만 했다.

투자성과도 마찬가지다. 최적의 포트폴리오는 위험과 성과의 최선의 조합이다.

하지만 포탄 파편의 개수를 정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포탄의 경우에는 포탄이 터지며 파편이 몇 개가 생길지 실험으로 즉각 확인이 가능하지만, 분산투자는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 변수들로 인해 서둘러 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산투자를 한다고 모든 투자 위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위험을 일시에 제거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아무리 광범위한 분산투자를 하더라도 시장전체의 체계적 위험까지 모두 제거할 수는 없다.

지구촌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공존하는 나라와 자산 그리고 업종들은 모두가 한꺼번에 상승하거나 하락 침체된다. 이는 가까운 과거였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내/외 투자자들이 뼈저리게 실감한 사실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경기침체로 인한 부진의 빌미를 곳곳에서 찾고 있다. 자칫 역방향 투자로 내몰리기 쉬운 시기이다. 이럴 때일수록 효과적 분산전략(낮은 상관도)을 통해 위험을 줄여나가는 것이 유효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