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틀 최승희’가 길어올린 전설의 무희…‘최승희의 아리랑’

입력 2015-06-05 16:33
수정 2015-06-05 17:48


전설의 무희 ‘최승희’를 3D 홀로그램으로 되살려낸 ‘최승희의 아리랑’이 6월 4일 국립극장 KB청소년 하늘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최승희의 1대 제자인 탈북예술인 김영순을 비롯해 2대 김미래 교수, 3대 석예빈이 함께 무대를 펼쳤다. 특히, 이번 공연은 최승희가 19세 때 선보였던 공연을 현재 19세인 석예빈이 다시 재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간 기약 없는 만남이었던 전설의 무희 최승희와의 조우가 ‘리틀 최승희’인 석예빈과 3D 홀로그램 기술을 통해 비상한 것이다.

석예빈은 7세 때 국립국악원 예악당 최연소 단독 공연을 펼쳤던 무용신동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간 한 발 한 발 밟아온 한국무용가로서의 기량을 마음껏 드러냈다. 무대에는 석예빈의 스승이자 어머니인 김미래 교수도 무대에 올라 든든한 지원군으로 함께했다.



이날 공연은 석예빈이 준비한 다섯 개의 춤과 김미래 교수가 꾸민 두 개의 무대로 구성됐다. 최승희의 1대 제자인 김영순은 무대의 막간에 등장해 참여해준 관객에게 인사를 전했다. 그는 “최승희 선생께서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며 감격에 찬 말을 탄성을 흘리기도 했다.

무대는 최승희가 직접 불렀던 ‘이태리 정원’의 한 소절과 그녀의 영상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석예빈이 등장해 ‘초립동’, ‘물동이춤’, ‘진주무희’, ‘보살춤’ 등 다양한 최승희의 춤들을 선보였다. 석예빈은 ‘초립동’, ‘물동이춤’에서는 발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연기를 전했다. 물동이를 인 채 빠르고 안정적인 회전을 선보이는 대목에서는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3D 홀로그램은 석예빈의 정확하고 절제된 손동작에 맞춰 움직이며 무대에 입체감을 입혔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보살춤’과 ‘진주무희’였다. ‘보살춤’은 반경 1m 내에서 소화해야 하는 고난도의 춤이다. 3D 홀로그램에는 보살춤의 핵심인 섬세한 손동작을 입혀 마치 부처의 손바닥에서 노니는 한 마리의 나비 같은 석예빈의 동작을 부각시켰다. ‘진주무희’에서는 용궁 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섬세한 3D 홀로그램이 절정을 이뤘다. 이 춤은 65년 만에 최초로 재현되는 최승희의 춤으로 더욱 의미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김미래 교수는 석예빈의 무대 사이에 등장해 정통 한국무용의 진수를 보여줬다. 가벼운 발놀림과 묵직한 감정으로 한국의 정서를 녹여낸 ‘아리랑’ 무대는 또 다른 박수갈채를 이끌어 냈다. 마지막 무대에는 석예빈이 다시 등장해 새롭게 편곡된 ‘이태리 정원’을 라이브로 노래했다. 깨끗한 목소리는 오프닝에서 들려주었던 최승희의 음성과 겹치며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