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주식시장과 달리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수년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얼마전 정부가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정부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개인의 진입장벽을 더 낮추는 규제 완화가 뒷따라야 시장이 살아날 거라고 말합니다.
김종학 기자가 이진혁 하나대투증권 S&T부문대표를 만났습니다.
<기자>
지난 2011년 전세계 거래량 1위였던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지난해 11위까지 떨어졌고,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절반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정부가 ELW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파생상품시장의 규제를 강화하는 사이 선물옵션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겁니다.
지난해에는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사전교육과 모의거래를 거쳐, 최소 3천만 원의 예탁금 증거금을 제시하도록 자격 규제가 또 신설됐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우리나라 선물옵션 시장에 투자하기까지 진입장벽이 늘어나면서, 자격요건이 필요없는 해외 파생시장으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10대 파생시장협의회장으로 취임한 이진혁 하나대투증권 세일즈&트레이딩 부문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더 낮추지 않으면 시장을 살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인터뷰> 이진혁 하나대투증권 S&T부문 대표
"헷지를 위한 시장이 있다보면 투기도 있는거고, 투기와 헷지가 어우러져야 시장의 유동성이 활성화되고 ,신상품도 나오고 거래가 늘어납니다. 사전교육 시간도 좋지만 어떻게 하면 개인들이 파생상품을 잘 이해하고 더 활발히 거래할 수 있느냐하는 교육제도를 다시 검토해주셨으면.."
파생상품시장이 현물인 주식시장의 투자위험을 관리하는 기능을 잃게 되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물론 금융회사의 경쟁력마저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여전합니다.
<인터뷰> 이진혁 하나대투증권 S&T부문 대표
"정부에서도 많은 안을 내기도 했는데 상당히 고무적이긴해요. 시장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의 헷지 수단이나 신상품을 만들 수 있는 다양성이 유지가 돼야한다. 그런 면에서는 아직 할 일이 많다 그렇게 봐야죠"
금융위가 지난달 코스피200 선물옵션의 거래단위를 줄인 미니선물 도입을 골자로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놨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다고 평가합니다.
설령 거래량이 다시 늘더라도, 내년에는 선물옵션 거래로 수익을 내면 양도소득세 부담까지 떠안게 돼 파생상품 시장은 또 한 번 고비를 맞게 됩니다.
<인터뷰> 이진혁 하나대투증권 S&T부문 대표
"능력으로 보면 국내 증권사 파생 능력 외국사에 비해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파생상품을 만들면서 쓰는 기초자산 자체가 해외 지수라는 거죠. 국내 다양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각종 규제 속에 활력을 잃고 있는 한국 파생상품 시장.
개인투자자들의 참여 기회를 늘리고, 위험관리와 차익거래라는 본래 기능을 회복시키지 않는 한 시장 활성화는 또 실패한 정책이 될 거란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