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초여건(Fundamentals) 건전도 평가기법으로 살펴본 과연 ‘브라질 국채 투자’ 안전한가?

입력 2015-04-27 09:30
최근 몇 년간 국내 재테크 환경은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투자 위험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진데다 저금리 기조에 접어들면서 브라질 국채에 대해 관심이 이례적으로 높았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원자재 수요 증가로 국제원자재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자 브라질을 포함한 높은 성장세를 보이던 원자재 수출국이 주목 받았다.

당시 브라질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연 10% 이상으로 같은 투자등급에 속한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것도 한 원인이다. 2013년 6월에는 브라질과의 조세협약으로 브라질 국채 투자수익에 대해 세금을 면제받고, 6%에 달하는 토빈세마저 폐지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브라질 국채투자는 더 증가했다.

하지만 2011년부터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하고, 작년 하반기 이후에는 신용등급마저 부정적으로 평가돼 브라질 국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브라질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 가운데 환 헤지를 하지 않은 때에는 헤알화 가치 급락에 따른 장부상으로 상당한 규모의 환차손을 입고 있는 상태다.

특히 브라질 경제가 당면한 최대 현안은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층의 부정부패 문제를 척결해 날로 떨어지는 국민의 신뢰도를 얼마나 끌어 올리느냐 여부다. 브라질은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부정부패 정도가 심한 국가다. 작년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부패도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은 ‘43’으로 전체 175개국 중 69위다.

엎친 데 덮친 역으로 최근 유럽의 피치사가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거시지표 부진 △집권층 부패 △정부 채무 증가 등에 대한 우려로 종전의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럼에 따라 S&P, 무디스 등 다른 평가사들도 신용등급 혹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할 태세다.

일부 우려대로 브라질에서 ‘외환위기 혹은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우리 경제도 현안이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브라질에서 ‘외환위기 혹은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세계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의외로 클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선행연구를 참조해 브라질을 비롯한 주요 자원수출국을 대상으로 ‘외환위기 혹은 디폴트’ 발생 가능성을 대내 부문 4개1, 대외 부문 5개2 등 총 9개 지표로 산정해 평가해 보면 가장 위험이 높은 국가는 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로 나온다.



상대적으로 외환위기 혹은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가장 적은 국가는 9개 평가지표 가운데 경상수지 부문 한 개 항목만 ‘적신호’를 보인 콜롬비아다. 작년부터 루블화 가치 폭락 등을 경험한 러시아를 비롯해 남은 국가들도 아직까지는 외환위기 혹은 디폴트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며, 러시아의 경우 올 3월 이후에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부문별로 자원수출국을 평가해 보면 대부분 국가가 ‘대외’보다 ‘대내’ 부문이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결과는 각종 위기에 시달렸던 대부분 자원수출국들이 종전의 위기경험을 바탕으로 외환보유액 등 ‘대외’ 부문 관리에 노력한 결과로 판단된다. 같은 여건이라면 외환위기 가능성을 낮추게 하는 대목이다.

국내 투자자에게 가장 관심이 높은 브라질은 다른 자원수출국에 비해 외환위기와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자원수출국에 비해 ‘대내’보다 ‘대외’ 부문의 관리가 잘돼 외환위기와 디폴트 발생 가능성을 더 낮추고 있는 점이 국내 브라질 국채 투자자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시계열 상으로 대부분 평가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부문별로도 ‘대내’ 부문은 소비자물가상승률, 재정수지, 정부 부채 등 대부분 항목에 걸쳐 다른 자원수출국에 비해 취약한 것은 부정부패와 함께 시위를 초래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브라질 정부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따라 국채를 비롯한 투자 매력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일한 맥락에서 브라질을 비롯한 자원수출국이 당면한 최대 현안 중의 하나인 미국이 금릴르 인상할 경우 자금이탈 가능성을 추정한 자료를 보면 브라질은 다른 자원수출국에 비해 높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비자원 수출국에 비해서는 높게 나오는 것으로 추정돼 금융시장을 비롯해 충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금리인상시 신흥국에서 자금이탈 가능성은 부존자원 의존도와 외화보유 정도에 따라 차별화가 심하게 나타난다. 국제원자재를 수출하고 갈수록 보유 외화가 감소하는 베네주엘라,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은 국가 부도 사태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대규모 자금이탈로 자국통화 가치 등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원자재를 수입하고 보유 외화가 풍부한 대만, 싱가포르 등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 하더라도 자금이탈 가능성이 크지 않다.



2010년 하반기 이후 브라질 경제를 어렵게 했던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올해 상반기를 깃점으로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도 달러 강세에 따른 부담을 느끼고 있어 추가 달러 강세에 따라 유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 전망과 관련해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세계 은행(World Bank)이 최근 발표한 주요 원자재 가격전망 자료에 따르면 원유 등 대부분 원자재 가격은 올해 상반기를 깃점으로 안정국면에 들어가 내년에는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예측기관들은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것을 전제로 브라질 경제는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공개한 올해 4월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 언급된 올해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1월 보고서에 비해 1.3%p 떨어져 -1.0%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른 신흥국 성장률 평균 전망수준인 4.7%에는 못 미치나 1.0% 대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헤알화 가치가 올해 2분기 이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7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내년 1분기까지 헤알화 가치는 달러당 3.1∼3.2 헤알대에서 움직이다가 그 후 점차 하락(헤알화 가치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헤알화의 경우도 앞으로 3년 동안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당분간 환차익 면에서는 브라질 국채의 투자매력은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