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준금리 1% 시대에 9% 금리의 대출상품이 있다면 이용하시겠습니까.
하지만 울며겨자먹기로 이런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수입차 할부프로그램인데요,
차를 사놓고 금융비용 부담에 허덕이는 이른바 '카푸어'를 양산하는 시스템이 문제인데, 이를 감시하겠다고 선언한 금융감독원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신인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 수입차를 구매한 A씨.
기준금리 1% 시대에 A씨가 매달 낸 할부이율은 9.18%였습니다.
<인터뷰> 수입차 구매자.
"처음에 수입차를 샀을 때 그쪽에서 할부 프로그램을 쓰면 싸다고 그 분 말을 믿고 처음에 계약을 했는데, 국내 할부와 비교했더니 이게(수입차 할부프로그램) 두 배 가까이 비싸더라구요. 이자가. "
A씨는 수입차 회사에 속았다는 생각에 이자가 절반 가량 저렴한 국내 할부금융으로 옮겼지만,
중도상환 수수료 등을 생각해보면 결국 제값보다 더 내고 수입차를 산 셈이 됐습니다.
그동안 A씨가 이용한 수입차 회사의 금융 자회사는 1년만에 영업수익이 2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대기업 입사 5년차 B씨는 차값의 일부만 매달 납부하고 만기 때 돈을 한꺼번에 갚는 유예할부를 이용했습니다.
B씨는 3년 뒤 만기가 부담돼 타던 차를 반납하고도 돈을 더 냈습니다.
만기에 갚아야 할 빚이 3년 동안 떨어진 수입 중고차 값보다 더 컸던 겁니다.
금융 폭탄을 견디지 못한 수입차들이 경매 시장에 나온 건수가 매년 역대 최대를 갱신하는 것은 이같은 수입차 할부 문제가 낳은 결과입니다.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2013년부터 유예할부 등을 포함한 문제들을 모니터링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한국경제TV 취재결과는 달랐습니다.
2013년 이후 동향 분석을 위한 최소한의 자료도 없었습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유예할부 등이 큰 이슈라고 판단하지 않아 관련 자료 등을 따로 업데이트하고 있지 않다"며 "사안이 커질 경우 금감원 차원에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수입차로 빚을 떠안게 된 이른바 '카푸어'는 가계부채 1천100조원 시대에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인터뷰> 김필수 대림대 교수
"심각한 사회적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금리에 관한 부분인데, 할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고금리입니다. 특히 원금 유예를 통해서 몇 년 동안에 금리를 할부하고 나중에 환원할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정부 측면에서 제도적으로 안착시켜야 하고 규제를 해야 하지 않나(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수입차 100만대 시대, 정부 감시가 소홀한 동안 한국은 수입차들이 고객을 이른바 '호갱'으로 대하는 시장이 돼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