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최경식 기자]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를 두고 연일 논란이 계속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법인세 인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복지 확충을 위해서는 법인세 인상을 통한 증세정책을 추구해야 하며 더이상 법인세가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연말정산 파동과 조세불균형 문제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법인세 인상은 불가피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소득세는 올라가는데 법인세는 내려가고..".. 조세형평 공평과세 주장 힘얻어
법인세 인상 주장의 핵심에는 온 국민이 치르는 세부담은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조세형평'의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일반국민들이 부담하는 소득세는 늘어나고 있지만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법인세율은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으로 인하됐지만 이로 인한 세수는 2013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12년에는 법인세수가 45조 9000억원에 달할 정도였지만 2013년에는 2조원이 감소된 43조 9000억원이었고 작년에는 좀 더 줄어들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줄어드는 법인세에 비해 소득세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소득세는 2009년 34조 4000억원에서 2013년 47조 8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특히 2014년에는 전년 대비 4조 8000억원이나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최근 2년간 세수 증가 규모에서 소득세가 법인세에 비해 5배 이상 더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역전현상으로 말미암아 법인세의 세수결손을 개인이 부담하는 소득세로 충당하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다.
법인세 내려줘도 투자하지 않는다?.. 기업 사내유보금 오히려 상승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목적은 기업의 세부담을 경감시켜 과감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게 만드는 데 있다. 세금부담이 덜어지면 기업은 그만큼 투자와 고용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담이 덜어져도 기업들의 투자행위가 움츠려들고 사내유보금만 쌓여간다면 법인세 인하는 무용지물이 된다.
2010년 기준으로 법인세의 실효세율은 16.8%에 불과했고 상위 1%의 기업들은 7조 3000억원에 달하는 조세감면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 기업평가기관의 통계에 의하면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이 감소한 이래로 5년간 국내 20대 기업 사내유보금이 322조원에서 589조원으로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작년 3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10대 그룹 83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 규모가 537조원에 이르고 이후 6개월동안 6%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를 통한 세제혜택에 비례해 투자와 고용을 하기보다는 사내 유보자금을 축적하는데 치중한 것이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추가적으로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시행했지만 이또한 대기업보다는 중견기업들이 주로 과세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세 인상 명분은 충분".. 과감한 세제정책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법인세 인상에 필요한 명분은 어느정도 갖춰졌다는 입장이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기대했던 목적이 제대로 성취되지 못했다면 이제는 법인세 인상 등을 포함한 세제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정부는 복지 구조조정이나 국가재정을 충당함에 있어 헛점 많은 법인세를 손보기는커녕 애꿎은 서민들의 소득세만을 대폭 올렸다"면서 "유리지갑인 서민들의 세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내수가 침체돼 정부가 바라는 경제활성화는 요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법인세 인하 등 기업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지만 기업은 이를 선순환시키지 못했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는 법인세 인상과 소득세 조정 등을 통한 형평과세와 조세정의에 기반해 기존 세제정책에 과감한 변화를 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한경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