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도하는 창조금융은 ‘허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3일 정부 주도로 개최되는 ‘금융개혁 방향에 대한 인식공유와 실천방향 모색을 위한 세미나’에 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동원령이 떨어지자 반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수장이 각 업권별로 최고경영자들을 만나 금융정책 및 감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아니라 전 업권을 망라해 CEO들을 소집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반응입니다.
실제 이번 세미나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간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은 물론 각 금융협회장, 금융공공기관 사장, 금융연구원장, 금융지주 회장 등이 대거 참석하며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 보험, 카드, 캐피탈 등 전 금융권에 걸쳐 CEO 100여명이 참석 요구를 받은 상태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창조금융이나 기술금융 등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 기능에 대한 청와대 등 정치권의 주문이 있고, 금융권내에서는 규제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만큼, 정부와 연구기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번 세미나가 순수하게 정부와 업계가 금융권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술금융, 핀테크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들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독려하는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창조금융 정책이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유행했던 녹색성장, 녹색금융 등과 뭐가 다르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금융(기술금융, 핀테크 등)이 과거 이명박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녹색금융과 다른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어떤 정책이 영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강요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장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을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과 비교해 비판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이 공정거래위원회와 동반성장위원회를 동원해 대기업으로 하여금 협력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도록 압박하는 정책이었다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금융은 금융당국을 동원해 금융회사들이 이 같은 역할을 하도록 독려하는 정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대기업들은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기존에 하던 사업들을 제목만 바꿔 정부에 보고했고, 정부는 이 같은 성과를 적극 홍보했지만 실제 달라진 게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갑의 횡포는 여전하고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형편은 나아진 게 없습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로드맵을 만들어 민간기업에게 들이대면 기업들은 어떻게든 포장만 그럴싸하게 만들어 제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정책의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일단 소나기나 피하고 보자는 인식을 깨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최근 일부 금융회사들이 기술금융 대출 실적을 부풀려 정부에 보고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없이 실적 홍보에만 열을 올린 사실을 되짚어보면 무엇인 문제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가 나서 수습을 할 수 있지만, 정부가 실패하면 대책이 없습니다.
단기적인 정책 성과에만 매몰돼 숲은 못보고 나무만 보다 일을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정책 집행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