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법칙] 야생동물 진료

입력 2015-01-06 16:31
수정 2015-01-07 11:32
소 개

필자는 수의학 공부를 하면서, 혹은 수의사 생활을 하면서 대부분 개 또는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Companion animal) 진료를 해왔으나 현재는 야생동물(wild animal) 혹은 동물원 동물(Zoo animal)의 진료를 더욱 많이 하고 있다. 반려동물이라 함은 사람의 반려자 혹은 동반자의 의미가 강하므로 상호간의 두터운 유대관계나 친밀성을 유지한다. 따라서 이러한 동물들을 진료하거나 처치할 경우 보호자의 관찰내용이나 병력청취(History taking)가 상당한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이가 최근 들어 먹는 양이 2/3정도로 줄었어요. 가끔 재채기를 해요” 등의 관찰 내용은 질병의 진단을 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또한 사람과의 친밀성이 있는 동물은 어떠한 검사나 처치 시 보정에 있어서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야생동물은?

야생동물 진료

야생동물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아픈 척을 잘 안한다. 아픈 내색을 하는 경우 이미 질병이 상당부분 진행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여러 마리를 동시에 사육하는 경우 한 마리 한 마리의 동물을 각각 살펴보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먹이를 잘 안 먹는 동물이 어떤 녀석인지 확인을 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한 시간이 넘어가자 이 녀석이 저 녀석인지 누가 누구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질병이 걸리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수공통전염병(사람과 동물 양쪽에 이환되는 전염병)이나 법정전염병 중 예방이 가능한 질병은 예방접종 등을 통해 예방을 한다. 그 외 내/외부 기생충에 대한 구충을 실시한다.

매일 아침 의사들이 환자들의 회진을 도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원의 경우에도 이러한 회진의 개념이 있다. 각 동물 사를 돌면서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와 눈을 맞추며 활력상태, 섭식상태 등을 확인하고 또한 분변의 상태나 냄새 오줌의 색 등을 확인한다. 이러한 진단법을 시진(視診)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과 더불어서 해당 동물을 담당하는 사육사와의 대화를 통해 동물 상태를 파악한다.

만약 문제가 있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경우 좀 더 세밀한 추가 검사를 실시한다.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 진단영상학 검사 등의 실험실적 검사를 실시하며 그 결과에 따라 내, 외과적인 처치를 실시한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야생동물이나 동물원 동물은 사람 손에 길들어져 있지 않다. 이게 바로 문제의 요점이다.

그들은 자신의 혈관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뿐더러 사람에게 커다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물론 간단한 검사를 위한 훈련을 받는 동물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이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화학적인 보정 즉, 마취제나 진정제를 주사한 후 물리적으로 제압이 된 후 일련의 검사나 처치를 실시한다.

마취의 경우 블로우파이프(blowpipe)를 이용한 주사(darting)방법을 가장 많이 실시하며 그 외 동물 전용 마취 총을 사용하기도 한다. 사람의 경우 전신마취를 실시할 경우 마취 전에 신체검사, 혈액검사, 흉, 복부 방사선검사 등을 실시하고 마취에 견딜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마취를 실시하지만 야생동물이나 동물원 동물의 경우 그러한 검사에 앞서 마취를 먼저 실시하여야 하므로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따라서 동물의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체중을 예측하여 최대한 안전한 방법으로 마취를 실시한다. 한번 마취를 하면 그 때 실시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검사를 실시한다. 체중부터 치아 상태, 피모 상태 등을 확인하고 전신 신체검사, 혈액검사, 진단영상검사 등을 실시하여 그 데이터를 축적하며 그 데이터베이스를 각각의 동물 별로 축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는 경험이 사실상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한 경험과 더불어서 야생동물이나 특수동물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합쳐지게 되면 보다 건강한 동물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수의사 엄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