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제재심의위원장인 최종구 수석부원장을 집중 추궁했다. KB 두 수장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결정이 두 차례 번복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당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사전통보한 바 있다. 이후 제재심의과정에서 경징계로 한 단계 낮춰졌고 최수현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판단을 뒤집어 사전통보한 대로 중징계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여야 의원들은 사전통보된 징계수위가 한 단계 낮춰진 데 대해 최종구 수석부원장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 수석부원장이 미리 경징계를 염두해 두고 제재심을 운영했다고 봤다. 같은 당의 박병석 의원은 "최수현 원장과의 개인적인 갈등을 어떻게 공적인 일로 확산하냐"며 최 수석부원장을 다그쳤다.
한마디로 최 수석부원장이 임 회장과 이 행장의 뒤를 봐주기 위해 징계를 낮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제재심의 설립 취지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봤다면 본인 주장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6명의 민간위원과 3명의 금융당국 소속 위원이 참여하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다. 당국과 독립적인 의견을 낼 수 있는 6명의 민간위원이 사전통보된 징계의 타당성을 따져 제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취지다.
의원들의 얘기대로라면 최종구 수석부원장은 제재심의위원들이 금감원 검사부서와 원장의 뜻대로 중징계를 결정하도록 유도해야 일을 제대로 한다는 뚯이다.
하지만 이는 민간이 참여하는 제재심의위원회의 취지를 완전히 뒤집는 몰상식한 처사다. 오히려 최종구 수석부원장이 민간위원에게 압력을 가해 사전통보된 원안대로 결정토록 했다면 그것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제재심의 과정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비추어 비합리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책임을 제재심의위원장에게만 묻기에는 제제심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 너무나 크다.
9명 가운데 6명을 차지하는 민간위원들의 의견이 양형에 결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간위원들의 판단이 더 투명해 질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이 결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선 비공개로 열리는 제재심에서 개별 위원들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대중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일부 정제된 발언만 몇개월이 지난 후에야 의사록 형태로 공개된다. 본인 의견에 더 큰 책임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또 2년마다 한번씩 위원을 선정하는 방식도 변화가 필요하다. 제재심에서 2년간 열리는 모든 양형 결정에 대해 전문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풀을 구성해 사안 따라 위원을 배정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 하다.
금융당국에 대한 국정감사는 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 정무위 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