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단통법 시행 '6일'‥소비자 모두 '호갱님'

입력 2014-10-06 16:56
수정 2014-10-06 17:14
<앵커>

단통법이 시행되고 나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오히려 늘어난 것 같습니다.



산업팀 박상률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정부가 말했던 최대 보조금은 30만 원 아니었나요? 지금 10만원 정도만 보조금이 지원되는 것 같은데 왜 이런 겁니까?

<기자>

네, 단통법은 '30만 원의 보조금을 넘기지 말라'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통사들은 이를 정확하게 지키고 있는거죠. 30만원만 안 넘기면 되니까 10만원이든 20만원이든 문제될 게 없습니다.

얼마전까지도 제가 스튜디오에 나와서 '이통사들의 과다한 보조금 지급이 문제'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상황이 정말 이상해졌어요. 서로 보조금을 많이 주려고 편법을 쓰던 이통사들이 법에서 정한 보조금에 전혀 못미치는 금액을 주고 있단 말이죠.

그것도 3사가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하게 적게 주고 있어요.

<앵커>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옮기면 되지 않나요?

<기자>

그렇죠. 그래서 얼마전까지만해도 번호이동이 활발했던 겁니다. 돈을 더 주는 곳으로 갔죠. 그런데 지금은 이통3사 모두, 최대 보조금이 10만원 정도밖에 안돼요.

서로 눈치보기를 하면서 보조금에 나갈 비용을 확 줄이고 있는 겁니다. 결국 소비자들만 아쉬운 상황이 된거죠.

이들의 '무언의 담합'을 지수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 지수희 기자 리포트 [단통법으로 신난 '이통사'‥'합법적 차별' 가능] -

<앵커>

보조금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불평등을 없애자는 게 이 법의 취지 아닌가요? 모두가 비싼 돈을 내고 핸드폰을 사야하는 이상한 모습이 된 것 같네요.



박 기자가 보기에는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기자>

간단합니다. 우리는 단말기 가격이 얼마인지 보다는 사실 한달에 내 통장에서 얼마가 빠져나가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혹시 지금 한 달에 통신요금으로 얼마 정도가 나가시나요?

<앵커>

글쎄요..한 8~9만 원 정도?

<기자>

그 중에서 단말기 가격과 통신비를 정확히 구분하시고 계신가요?

<앵커>

그걸 기억하긴 힘들죠. 그냥 한달에 얼마가 나가는구나..이정도만 알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겁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한달에 빠져나가는 이 돈, 그러니까 실제로 내 주머니에서 통신비 명목으로 나가는 돈이 얼마냐 하는겁니다. 복잡한 보조금 체계가 아니란 말이죠.

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통계청이 조사해보니 지난 2014년 1분기 월평균 가계통신비(15만9400원)가 2012년 같은기간 (13만8636원)보다 15%나 늘어났어요. OECD국가 중 최상위권입니다.

*2013년 1분기(15만1100원)

반대로 지수희 기자의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단통법 시행 후에 이통사들은 돈을 더 아끼게 됐죠.

그럼 이통사들은 이 돈으로 뭘 해야 하느냐. 통신요금을 내려서 소비자들의 실제 부담을 줄여야 하는 겁니다.

'고객 만족'을 항상 강조하는 이통사들이 정작 통신요금 인하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있죠.

<앵커>

통신요금은 이통사 고유의 영업전략 아닙니까? 그 부분은 지극히 민간사업자의 결정영역인 것 같은데요

<기자>

이 부분을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지금 이통3사는 각종 멤버십 혜택에 요금할인 혜택 등 수많은 부가서비스와 결합서비스를 광고하고 있어요.

'무제한'이라는 말이 난무하고 '무료'라는 말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죠. 그러나 실제로 소비자가 내는 요금에는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흔히 무료통화 몇 분, 무료데이터 몇 기가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잖아요. 정확히 말하면 그건 우리가 내는 기본요금에 따른 기본통화이고 기본데이터에요.

무료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이통사 입장에선 통신요금 인하가 실적과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쉽게 손을 댈 수가 없는 부분이겠죠.

하지만 소비자에게 주는 실질적인 혜택에는 뒷짐을 지고 각종 수식어를 동원한 혜택에만 집중하는 지금의 구조는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단통법 시행으로 부담이 커진 소비자를 위해 통신비를 내려야 한다..이런 말씀이시군요. 통신비 인하의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십니까?

<기자>

거의 없습니다. 정부가 규제할 부분도 아니죠. 잠시 정부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미래부 관계자

"전반적인 요금수준을 '기본료 1천원 내려라' 이런식으로 접근하는 건 더이상 가능하지도 않고, 정부가 비틀어가지고 뭘 하는건.. "

통신3사 중에 누군가 먼저 나서야 하는데 이 부분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이 법원이 '통신원가 산정'을 공개하라고 결정한 판결입니다.

2011년 참여연대가 소송을 걸었고 1심과 2심 모두 이통사들에게 통신비 원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죠. 현재 이통사들의 반발로 3심을 준비중입니다.

소송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요금인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동안 통신비가 얼마나 과다측정 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더 중요한 건 단통법으로 부담이 커진 소비자를 위한 게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통사들의 실천입니다.

<앵커>

네, 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산업팀 박상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