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보신주의 질타 이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창조·기술금융 붐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대표 규제업종인 은행으로써는 ‘울며 겨자먹기’로 동참하지만 눈치보기식 경쟁과 각종 졸속으로 성과는 미지수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기술신용정보 활용 상품, 기술평가 우수기업 대출을 내놓은 신한은행. 문구도 '은행권 첫 출시'를 강조하는 등 그럴 듯 해 보입니다.
7월 21일 창조기업 론 출시, 30일 기술 사업화지원 협약에 이어 이달 18일 창조 기술기업 대출을 시작한 우리은행. 타은행에 뒤쳐질 새라 창조·기술금융 관련 상품과 협약을 잇달아 쏟아냅니다.
하나금융은 한술 더 떠 21일 중기대출 상품 출시, 벤처 지원, 기술신용평가 활성화 등 5가지를 담은 창조금융 지원 안을 제시했습니다.
제재 건으로 뒤늦은 감이 있는 국민은행은 이달 11일 금융지원 3대 테마, 13일 창조금융 예금판매, 23일 자영업 지원 등 하루가 멀다시피 관련 방안과 상품 출시로 분주합니다.
농협은행은 이달 13일 기술·창업 상품 출시를 포함한 종합지원 안을, 기업은행은 23일 소상공인지원 펀드 조성 등 은행마다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지난달 24일 보신주의 질타 이후 부총리 언급, 금융위의 창조·기술금융 행보가 연이어 나온 7월말부터 8월 한 달간 나온 상품과 은행 대응안만 줄잡아 15개~20개 남짓.
이 기간 시중은행별 2~3개 꼴로 나온 셈으로, 기초적인 상품 출시, 펀드 조성, 업무협약, 종합방안 발표 등 가짓수와 형태, 내용도 매한가지입니다.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정책 붐업에 나서지만 실상은 ‘울며 겨자먹기’ 입니다.
<인터뷰> 금융권 관계자
“은행이 아직까지 대표 규제산업이다 보니 정부 눈치 안볼 수 없는 구조. 정부가 라이센스 해줘 돈 버는 구조라 눈치 엄청 보는 것”
미흡한 평가시스템 속에 ‘기술, 무담보 대출, 금융지원’이 근간인 창조·기술금융을 할 경우 은행 부실·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데도 일단 뛰어들고 보는 셈입니다.
혹시 모를 불이익이나 제재 관련 불똥은 튀지 않을 지, 회장이나 행장 연임, 신규 선임 등에 영향 받지 않을 까 하는 마음에 일단 상품·계획을 내놓고 수위 조절을 하는 식입니다.
<인터뷰> 금융권 관계자
“솔직히 회장·행장 연임, 불이익 무시 못한다. 찍히면 끝이다. 그래서 경쟁적으로 상품, 계획안 졸속으로 낸다. 미사여구·키워드 붙이는 데 구체적인 것 없다”
전 정부의 녹색금융 등 정책이 바뀔 때 마다 은행에 팀이 신설되고 초반에 시늉은 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팀은 유명무실, 관련 상품, 대책은 자취를 감추기 일쑤입니다.
창조·기술금융과 관련해 무리한 지원으로 은행 리스크 증가 외에 상품·대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로운 게 아닌 기본 틀에 몇 줄 첨삭하다 보니 고객 불만도 커질 뿐입니다.
<인터뷰> 금융권 관계자
“고객 불만 많다. 대단한 상품이라더니..이것 없이도 대출받는 사람이 결국 받는 것 아니냐”
감독·사정당국 동원 등 은행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과 평가 개선, 면책 등 채찍과 당근이 공존하는 가운데 코드 맞추기에 급급한 금융사들은 지금도 의미없는 상품 개발, 이미 내놓은 대책 보완 등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