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사회'··3%대 고정금리로 12만명 1억원씩 대출

입력 2014-07-16 10:16
사상 유례없는 연 3%대 고정금리가 한시적으로 적용된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12만명이 1억원씩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느라 일부 역마진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 규모를 늘렸다며 볼멘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이 지난달 종료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For you 장기대출' 특별판매(특판)의 경우,

대출자는 7만5천명, 대출 금액은 6조5천억원, 금리는 최저 연 3.3%로 이 은행에서 판매한 역대 주택담보대출 중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이었다.

농협은행은 국민은행과 같은 구조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1%로 팔았다.

두 달도 안 돼 특판 목표금액 3조원이 찼고 대출자는 2만3천명이다.

지난달 말 특판을 종료한 외환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안심전환형 모기지론'도 최저 연 3.2%의 초저금리 상품이다.

두 달 만에 5천명이 6천억원을 빌렸다.

하나은행은 최저 연 3.5% 금리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하나 고정금리 모기지론'을 특판, 1만5천명이 1조4천억원을 대출받았다.

이들 4개 은행에서 취급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특판은 11조5천억원, 대출자는 11만8천명으로 1인당 1억원 꼴이다.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은 5년간 고정금리가 적용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것으로 3%에 가까운 초저금리가 5년간 변하지 않는다.

통상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보다 금리가 높은데 자금조달 비용과 금리 변동 위험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특판은 변동금리보다도 대출금리가 낮게 책정됐다.

특판을 진행한 은행들의 변동금리 대출(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은 평균 4% 안팎이다.

문제는 이들 영업행위가 자발적이 아니고 금융위원회의 지시 때문에 이루어졌다는 것.

금융위가 지난 2월 '가계부채 구조 개선 촉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고정금리형 대출 비중을

올해 말까지 20%로 높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고정금리형 비중이 낮은 은행들이 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췄고

고정금리 비중을 15%선으로 높여놓은 이들 은행은 특판을 종료하고 금리를 다시 올려받고 있다.

대출자 12만명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저금리 혜택을 본 셈이다.

정부의 정책으로 시장 금리가 왜곡되고 은행은 역마진을 감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