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다국적 기업, 준금융기관 역할 수행"

입력 2014-06-02 10:09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가 “글로벌 유동성의 전파경로로 은행부문 역할이 축소되고 기업부문 비중이 늘어났다”고 밝혔습니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오늘(2일) 오전 한국으행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글로벌 유동성의 전파경로가 변화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글로벌 은행이 글로벌 유동성의 파급경로상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주로 유럽계 은행들이 미 달러화를 조달해 레버리지를 통해 신용을 확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2010년부터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이 신흥시장국의 기업부문이 발행하는 외화채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증가했다”고 말했습니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 은행들의 디레버리징이 진행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의 전파경로로서 은행부문의 역할이 축소된 반면, 신흥시장국의 대외 외화자금 조달에서 기업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금융발전 정도가 낮은 신흥시장국들은 무역개방도에 비해 자본개방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은행의 대외차입에 많은 규제가 남아 있어 기업의 대외 외화자금 조달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그는 "다국적 기업은 해외자회사를 통해 역외에서 외화채권 발행으로 외화를 조달해 자국 금융기관에 자국통화 금융자산(예금)으로 보유하는 캐리트레이드를 실행한다"며 "다국적기업이 자국 금융기관의 대출능력을 확대시키는 준금융기관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미 달러화와 엔화가 주로 신흥국의 자금조달에 이용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미 달러화 및 엔화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미 달러화나 엔화표시 통화량이 추가적으로 축소되는 현상을 반영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