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동성 부족 우려를 받고 있는 일부 대기업들이 잇따라 강도높은 자구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채권단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반응이지만 자구책 실행이 더욱 중요하다며 이행여부를 철저하게 점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동양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최진욱 기자입니다.
<기자>
동부와 한진에 이어 현대그룹도 고강도 자구책을 내놨습니다.
STX그룹과 동양그룹에 이어 대주주 책임 아래 '알짜배기' 자산을 내놓은 점이 최근 대기업 구조조정의 특징입니다. 그만큼 당국과 채권단의 압박이 거세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채권단은 일단 이들이 제시한 자구책을 반기고 있습니다.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시된 자구책의 실행은 별개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채권단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대기업 자산을 양도받고 SPC에 우선 출자해 이 대금을 지급한 뒤 자산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매주 한 차례 만나 구조조정 진행상황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필요할 경우 채권은행을 추가해 참석시킬 예정입니다.
당국과 채권은행은 동양그룹이 수 차례 자구책을 제시하고도 시장상황의 영향으로 타이밍을 놓쳤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덩치가 큰 매물을 내놓으면서 주도권은 인수자들에게 넘어갈 공산이 큽니다.
채권은행의 입장에서는 실행이 늦어질 경우 신규자금을 지원하거나 출자전환에 참여해야 하는데 높아지는 부실채권비율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강건너 불구경'만 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셈입니다.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만 40조원.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채권단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최진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