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불구 금융CEO 고액보수 ‘요지부동’

입력 2013-11-13 16:04
<앵커>

최근 금융사들의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CEO들의 보수는 되레 증가하는 등 불합리한 측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계열사로부터 수 십억에서 기 백억이 넘는 성과보수를 중복으로 받은데다 근거가 미약한 퇴직금까지 받아갔습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금융지주사에서 11억원, 증권사 28억원, 보험사 50억원 등 총 89억원에, 별개의 배당금 47억원까지,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수령해 간 보수 수준입니다.

하나금융 전 회장과 사장은 퇴직시 특별공로금 등의 명목으로 각각 35억원과 20억원씩을 받아갔습니다.

이처럼 성과보수를 중복으로 받는 것을 포함해 근거가 미약한 퇴직 보상 등 금융사들의 현행 성과보수체계의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 CEO 성과보수의 경우 실적이 나아질 때는 보수 상향이 이뤄진 반면 영업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는 하방경직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2011년 순이익이 7조2천억원원에서 2012년 2조원 가량 급감했지만 CEO들의 연봉은 2011년 22억원에서 1억원 내려간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은행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로 실적은 급감했지만 CEO들의 보수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코리안리 대표이사와 현대증권 회장의 경우 각각 지난해 연보수 27억원과 17억원 보수 전액을 고정급으로 받는 등 영업실적과 전혀 연동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보

“성과와 무관하게 고정급으로 받는 것은 안맞다는 것. 성과없이 고정급으로만 지급한다는 것은 모럴헤저드 우려 있고 성과기준으로 받는 것은 국제적인 기준이고 트랜드다”

CEO 성과 지표중 하나인 총자산순이익률과 주당순이익 등 성과목표를 전년보다 낮게 설정해 목표에 못 미쳐도 7~80% 수준의 성과보수를 보장받고 있는 점도 불합리한 대목입니다

보상위원회 역시 연봉과 보상을 받는 대상인 CEO가 직접 참여하는 등 위원회의 독립성 또한 미흡하다고 금감원은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불합리함 속에서 지난해 금융사 CEO들이 받은 평균 보수는 금융지주가 약 21억원, 보험사 20억원, 은행 18억원, 금융투자사 16억원 순으로 평균 21억원에 달했습니다.

이들 금융사 CEO의 보수는 일반직원의 20배에서 26배에 달했고 금융사별로도 적은 곳은 3억원에서 최고 27억원까지 동일 권역간 편차도 상당했습니다.

금융지주 중에는 신한금융과 KB금융 회장의 보수가 27억원과 2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가장 적은 곳이 3억원대로 이들 간 격차만 최대 9배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EU에서 CEO와 일반직원간 보수차이가 20배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면서도 위헌 논란으로 도입은 어렵지만 불합리한 사례는 시정을 권고하고 현장검사 등을 통해 개선 실태를 지속 점검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