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이후 유망 재테크 수단 '환테크' 이렇게 하라

입력 2013-08-26 09:30
월가의 3대 비관론자라 한다면 마크 파버, 빌 그로스, 누니엘 루비니 교수를 꼽는다. 꼭 1년 전에는 이들 중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 간의 미국 증시 앞날과 관련해 ‘주식숭배(cult of equity) 종료’ 논쟁을 벌어졌다.

당시 논쟁이 워낙 유명해 요약하면 이렇다. 빌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미국 국채 등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버크세 해셔웨이의 주식보유 비중을 저가매수 차원에서의 '체리 피킹' 종목에서 벗어나 경기에 민감한 업종을 중심으로 대폭 늘렸다.

그 후 잊혀져가던 이 논쟁이 다시 월가에서 화두가 됐던 것은 빌 그로스가 ‘미국 국채 강세장은 올 4월말로 끝났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무려 130bp(1bp=0.01%) 정도 급등했다. 그만큼 채권가격이 폭락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지수는 무려 3000포인트 넘게 올랐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정책적으로나 주가 수준면에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밴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의사와 관계없이 출구전략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등이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여름 휴가철이 끝나는 9월이나 10월에 출구전략이 추진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65%에 달한다.



1년 전 그로스와 버핏 간 논쟁 당시만 하더라도 그로스에 손을 들어주는 투자자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1차 논쟁의 승자인 워런 버핏 등은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3대 비관론자 중 나머지 두 사람, 파버와 루비니 간에 미국 증시 앞날과 관련해 2차 월가 논쟁이 일고 있어 다른 각도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파버는 지금의 주가는 ‘비이성적 과열을 우려할 만한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갈수록 주가의 고공행진을 떠받쳐온 '부채의 화폐화(debt monitization)‘, 즉 Fed가 국채 등을 매입해 돈을 푸는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은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어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처럼 주가가 폭락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 대해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다르다. 아직도 투자자의 귀를 의심케 하고 있지만 올 4월에 열렸던 밀켄 콘퍼런스(일명 미국판 다보스 포럼) 이후 "앞으로 2년 동안 주식이 가장 유망하다"며 "지금 주식을 가능한 많이 사둘 것"을 권했다. 그 후 헤지펀드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 등의 증시 낙관론이 줄을 잇고 있다.

‘루비니 패러독스’라 불리울 만큼 워낙 예기치 못한 예상이라 그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루비니 교수가 증시 낙관론을 펼치는 데에는 '경제 정상화 역설'을 들고 있다. 현재 물가는 월마트 효과와 세일가스 개발 등으로 비교적 안정돼 있지만 주가 등 자산가격은 많이 오르고 있다. 하지만 경기는 기대만큼 회복되고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거품이 우려되는 자산가격을 잡기 위해 긴축을 단행하면 경기가 침체되고, 경기를 추가로 부양하면 자산가격이 더 올라 거품 우려가 현실화된다. 1980년대초 경기는 침체되는데 물가가 올랐던 스테크플레이션과 비슷하다. 물가만 자산가격으로 바뀌는 새로운 형태의 스테그플레이션'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금의 정책기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시 낙관론을 펼치는 배경이다. 오히려 경제가 정상화되면 출구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거품이 붕괴돼 투자자는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직장인이 최근처럼 생애가 길어진 시대에 있어서는 만년 과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루비니 교수가 주장하는 증시 낙관론은 미국 경제가 좋아져서가 아니라 양적완화와 출구전략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설령 미국 경제가 좋아진다 하더라도 질적으로는 더 악화돼 지속 성장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증시 낙관론으로 선회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파버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럴 때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환 테크’이다. 환율은 세계 모든 국가 통화와의 상대가치로 다른 나라와 연관돼 있어 한 나라의 경제시스템이 안정돼 있더라도 늘 변하고 최근처럼 출구전략 추진 등으로 정책의 대변화가 있을 때 오히려 변동성이 커져 환테크할 수 소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환 테크는 고급 재테크 혹은 선진 재테크다’ 이렇게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 우리보다 앞서 가는 나라에서 높은 수익률과 인기를 함께 얻는 재테크 수단으로 환 테크를 이용한 상품이라는 점이 이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특히 선진국일수록 환 테크를 잘 하느냐에 따라 재테크의 명암이 갈린다.

우리도 환 테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K-50M 클럽'(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명 이상 )에 가입한 국가다. 제도적으로도 외환자유화 계획이 완료됨에 따라 개인이 해외부동산과 다른 나라들이 발생한 채권과 주식투자 시에 모든 규제가 철폐돼 원칙적으로 자유롭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크게 네 가지 요인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적으로는 달러 위상이 계속해서 찾아갈 것인가 여부와 이보다 못하지만 엔화, 위안화 가치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대내적으로는 우리 경제 회복 여부와 국내 유입될 외국자금의 향방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변수는 역시 달러 강세 재현 여부다. 올들어 주요 통화에 대해 오르내림을 반복하던 달러 가치가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추진 언급으로 미국 시장금리가 일제히 오르면서 강세로 전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달러 가치는 미국경제 전망과 이에 따른 출구전략 추진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장기적으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환율전쟁 해결과 금융위기 재발방지 차원에서 제기된 ‘듀얼 Ⅲ’ 구상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듀얼 Ⅲ’ 구상이란 금융위기 이후 재연된 환율전쟁을 해결하기 위해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WB) 총재가 새롭게 제시했던 ‘브레튼우즈 Ⅲ’ 구상 중의 하나다.

기본 배경은 세계무역질서가 중국 등 신흥국의 위상이 높아진데 반해 국제통화질서는 달러 중심체제가 유지되는 과정에서 이들 두 질서 간의 불일치 현상으로 환율전쟁과 같은 각종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중심통화 역할을 해오던 달러가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브레튼우즈 Ⅲ’ 구상은 달러화와 함께 엔화, 유로화, 위안화를 중심통화로 인정하는 복수통화바스켓 제도를 추진하고, 이들 통화 가치를 금과 연계시켜 유지하겠다는 것이 2010년 당시 세계은행 총재였던 로버트 졸릭과 작년 미국 선거과정에서 롬니 공화당 후보가 주장했던 금본위제 구상이다.

‘듀얼 Ⅲ’ 구상은 금값 추락을 계기로 급속히 퇴조되고 중심통화로서 달러 위상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브레튼우즈 Ⅰ기’, ‘브레튼우즈 Ⅱ기’때보다는 약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예측한 미국경제는 금융위기 이전의 추세선에서 하향 이동된 수준에서 정상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완만한 달러 강세를 뒷받침한다.

대내적으로 우리 경제회복과 외국인 자금이탈 여부 등의 변수가 있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대외변수를 감안하면 앞으로 원?달러 환율은 적정수준 이상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환율구조모형 등으로 추정한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은 달러당 1070∼1090원 정도로 추정된다.

최근처럼 우리 기초여건에 큰 변화가 없을 때 외국인이 한국 투자시 적정환율은 아주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이 적정환율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환차익 소지가 줄었다고 판단한다. 올 1월 중순에는 원?달러 환율이 1050원 내외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1100원 이상에서 움직여 환차익이 여전히 기대되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은 커진다.

그런 만큼 환 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간에 다양한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는 일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개인들의 주치의 제도와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상담할 수 있는 환율 전문가와 환율예측 전문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은 환 테크를 잘하기 위해서는 필수다. 이 과제는 환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