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와 한국은행간의 금리를 놓고 벌이는 기싸움이 점입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김중수 한은 총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일 밤 만남을 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덕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한국은행과 정부간 사이가 불편합니다. 정부의 의지대로 한국은행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금리인하에 대해 한은을 은근히 압박했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나 총액대출 한도 인상 같은 조치를 적극 검토해 주기를 촉구한다"고 아예 대놓고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도 한은이 0.5%p의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거들었고 3일 전경련은 보고서를 통해 엔저 현상에 따른 국내 제조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금리 인하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자 한은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일단 내부 보고서를 통해 통화정책보다는 산업별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재정확대가 경기부양에 더 효과적이라는 보고서를 이어서 냈습니다. 더불어 한국은행의 노조도 김중수 총재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압박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인터뷰> 조태진 한국은행 노조위원장
"통화정책의 전문가들은 금통위원들이다. 금리결정은 금통위원들에게 맡겨야 한다"
금감원 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한국은행에 가하고 있는 금리인하 압력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정부와 새누리당은 더 이상 한국은행을 흔들면 안 된다"며 "기준금리 결정은 오로지 한국은행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다음주 11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새정부 구성 이후 처음으로 추경호 1차관이 열석발언권을 가지고 금통위에 참석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2일 저녁 김중수 한은 총재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만남을 가졌습니다. 단순한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의 사적인 모임이라고 하지만 정부정책에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버티는 김 총재에게 청와대의 입김이 전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4월 11일 금통위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기자브릿지> 정부와 한은의 금리인하 논쟁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임기를 1년여 남긴 김중수 총재의 낙마로 이어질지 아니면 수성을 통한 한은의 독립성 존중으로 귀결될지 궁금합니다. 한국경제TV 김덕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