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노다 내각…엔고 저주로 ‘좀비 정부’되나

입력 2012-04-17 07:27
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앵커 > 유럽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엔화가치가 다시 강세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제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정부에 대한 지지도도 30%를 밑돌고 있는 상황이다. 엔화가치의 향후 전망과 함께 현재 일본의 경제상황을 긴급 진단해보자.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요즘 리트머스 시간을 가고 있다. 여러 현안이 많지만 그 중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일본경제다. 일본이 올해 2월에 미국식 양적완화 정책, 다시 말해 일본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국채를 매입해 돈을 풀어주는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엔달러환율이 시기적으로 보면 달러당 84엔 대까지 진입해 일본이 금융위기 4년 동안 안전통화의 저주, 엔고의 저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도 일었다.



그러나 2주 전부터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채입찰 부진을 계기로 엔달러환율이 다시 하락해 미 달러에 대해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 오늘 새벽에 끝난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엔달러환율이 달러당 80.3엔으로 80엔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다. 아마 일본 엔달러환율이 80엔이 다시 붕괴되면 선진국에서 탈락할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일본경제가 여러 세계경제 현안 중에서 가장 어려운 국가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3월 말 회계연도 결산이 끝나면 4월부터 경제도 안 좋고 계절적으로 결산을 앞두고 엔화 송금을 증대시키는 엔화 수요도 끝나기 때문에 약세를 보이는 것이 과거의 모습이다. 엊그제까지 골드만삭스가 100엔에 가지 않겠느냐는 시각에 대해 그런 요인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역시 그런 모습이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자체적으로 보면 내부적 여건이나 시기적으로 보면 결산이 끝나기 때문에 전혀 엔화 강세가 될 수 있는 요인은 없다. 그러면 왜 엔화 강세가 될까. 이것은 일본 경제 이외의 다른 요인에 의해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 중 유럽위기에 따라 반사적 성격에 의해 엔화가 강세되는 측면이 강하다.



또 한 가지는 일본정부의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모든 사람과의 관계도 결정적일 때는 말에 체화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지 사전에 왔다갔다 이야기를 하면 초기에는 그것에 관심을 보이다가 나중에는 신뢰가 떨어지고 믿지 않는 상황이 된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는다는 것이 지금의 일본상황이다.



일본 노다 정부가 지금의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차례 개입했었다. 그 개입 규모도 국민들에게 부담이 될 만큼 많은 10조원 이상의 대대적인 시장개입을 했었다. 이것이 노다 정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여러 차례 반복되다 보니 지금은 어떠한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유럽위기 문제가 반사적 성격으로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면서 엔화가 강세가 된다.



앵커 > 엔화강세의 이유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살펴보자. 유럽위기가 왜 엔화강세의 원인이 되는지 상관 관계에 대해 설명해달라.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위기의 진전상황과 엔달러환율 그림을 그리면 정확하게 나온다. 지금의 엔화강세나 엔화가 일시적으로 약세된 부분도 유럽의 위기를 생각하면 된다. 2월 일본의 디플레 대책이 나오고 엔달러환율이 84엔 대가 나오며 엔고가 풀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때도 일본이 잘했다기 보다는 유럽의 위기가 한때는 풀릴 기미를 보였었다.



이 과정에서 다우지수도 13000포인트 진입했던 것이고 우리 코스피 지수도 한때는 연중 최고치를 돌파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그런 것을 바탕으로 유럽위기가 끝나지 않았느냐는 시각에서 연초 어둡게 뵀던 국내 증권사들이 다시 올해 코스피 지수가 2300, 2400 진입한다는 전망을 내놓아 3개월 만에 연초 신중론에서 대대적으로 낙관론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엔달러환율이 다시 강세되고 다우지수가 13000 밑으로 다시 떨어져 유럽위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계기가 되는 것이 스페인과 프랑스 국채입찰이다. 특히 스페인의 국채수익률이 6%를 넘어 디폴트의 마지노선인 7%에 근접했다. 지금의 성향으로 볼 때 이번 주에도 장단기 국채입찰이 있는데 지금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다시 7%로 넘어가면 엔달러환율도 80엔 대 밑으로 떨어져 80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국제 금융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



앵커 > 지금까지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빈번했지만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가 미국의 입장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미국도 대선 정국이다.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어쨌든 금융위기 과정에서 4년 동안 집권해왔다. 미국은 대선에서 국민들이 집권당에 대해 선거에서 표심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경제고통지수를 가지고 많이 따진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경제 입장에서 가장 체감적으로 경제상황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지표인 소비자물가와 실업률을 더한 개념이다.



지금 미국은 물가가 비교적 안정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까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현재 일자리 창출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과거 뉴딜식 정책을 추진했다가 재정적자 문제는 확대되었고 국가신용등급은 하락했다. 그 다음에 통화정책에 의존할 때는 메커니즘이 있다. 금리를 내리거나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통화정책의 기본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에 대선까지 지금의 통화정책에서 양적완화 정책을 다시 추진해 과연 경기가 추가적으로 회복되고 일자리 창출을 하느냐의 관계에서 볼 때는 시기적으로 늦은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일자리 창출, 특히 민주당의 전통적인 기반인 중하위 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역시 수출 사업이다. 젊은 층의 고용창출 계수가 가장 높다 보니 다시 한 번 미국의 수출산업의 진흥을 위해 달러약세를 은근히 유도하기 때문에 달러약세는 일본입장에서는 환율은 상대가격이기 때문에 엔화가 강세되는 측면이다. 미국측 요인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간에는 시장에 나타나지 않는 은근한 환율 관련 전쟁이 있다. 미국에 대해 일본이 명시적으로 환율전쟁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시장에서 암묵적으로 환율과 관련된 게임이 많이 벌어진다.



그것이 통화정책의 내용에서 보면 정확하게 드러난다. 작년의 경우는 일본 노다 정부가 10조원 이상의 시장개입을 했다. 그 때는 달러매입 개입을 통해 엔저를 유도했다. 이 때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금리를 실질적으로 떨어뜨리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이나 올해 이야기했던 기준금리 사전 예고제를 통해 무력화시켰던 측면이 있다.



2월 디플레 대책에 의해 엔달러환율이 84엔 대 가니까 버냉키 입장에서는 저금리 기조를 2014년 말까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보였다. 양국 간 금리 스프레드를 좁히는 측면에서. 여기서 좁힌다는 것은 미국이 일본보다는 금리가 높기 때문에 좁히면 엔화 약세고 달러 강세 요인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이 실질적으로 시장금리를 조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통화정책이 의외로 시장에 영향력을 많이 미치고 있다.



그래서 이번의 경우에도 엔달러환율이 80엔 대 붕괴되면 일본의 노다 정부가 굉장히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하기 때문에 2차 디플레 대책이 나오면 노다 정부 입장에서는 2월에 효과가 있었으니 사실상 이번에도 다시 한 번 엔화가 약세가 되지 않겠느냐. 일본 국민의 환영을 받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데 만만치 않다. 유럽위기가 지속되고 미국도 은근히 달러약세 정책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금리차 스프레드가 바뀌지 않으면 무력화된다.



앵커 > 일본 위기론이 유럽의 위기만큼 자주 보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일본의 경제상황은 어떤 어떤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일본의 경제상황을 이야기할 때는 미인도를 그린다. 경제에서 보면 4사분면 미인도을 그린다. 그 미인도의 각축은 무엇에 해당되느냐면 한 쪽은 성장률, 위축은 실업률, 다른 한 축은 물가, 또 다른 아래축은 국제수지를 가지고 간다. 전부 미인의 얼굴이 쪼그라들고 있다. 이것이 지금의 일본경제다.



결국 이것을 풀어갈 때는 노다 정부의 카리스마가 중요하다. 카리스마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의 지지도다. 작년 8월, 9월 출범할 때 노다 정부의 신뢰도가 60%가 넘었다. 그러나 지금 지난주 실시했던 요미우리 신문의 지지도를 보면 28%가 나온다. 국민의 지지도가 30% 밑으로 나오면 그 정부는 사실상 죽은 좀비와 같다고 해서 좀비 정부라는 표현을 쓴다. 선진국에서 탈락할 위기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않는 만큼 국민의 지지도가 30% 밑으로 떨어질 때는 어떠한 정책을 내놔도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는다.



일본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이냐. 세계경제 입장에서는 국내 증시전문가들이 항상 미국과 유럽 이야기를 하는데 세계적으로 보면 일본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달러당 80엔 대 붕괴가 갈림길이다. 또 다시 일본경제가 국제사회에서 많은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잃어버린 30년 이야기가 바로 나온다.



앵커 > 인접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엔달러환율은 가장 큰 관심사다. 엔달러환율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엔화가 84엔 대 가니까 엔화에 대한 원리금 상환부담이 줄 것으로 전망했지만 향후 엔달러환율 관련 골드만삭스의 100엔을 진입한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다시 70엔 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기관의 시각도 있다. 당시 엔달러환율은 추세적으로는 엔화가 약세가 되겠지만 그렇게 성급하게 엔화가 약세가 되어 원리금 상환부담이 갑작스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다. 추세적으로 엔화가 약세가 되더라도 변동성이 확대되니까 상환시기를 잘 잡아야 한다.



최근 엔달러환율이 75엔 가던 것이 84엔 가고 곧바로 80엔으로 된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두 자리 환율이다. 75엔에서 80엔 가면 무려 한 달 만에 환율변동폭이 13%가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바로 80엔대로 떨어지면 이것도 환율 변동폭이 5%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추세적으로 약세든 강세든 이렇게 되면 대응할 수가 있다.



그런데 환율의 변동성이 들쑥날쑥하면 변동하기 어렵다. 이것은 지금의 우리 입장에서도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엔화가 약세되면 우리 입장에서는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변동이 확대되는 것이 우리경제에 단순히 환율의 모습 가지고 증시에 유리하다, 불리하다는 쪽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