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들썩이고 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의근본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저성장 문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10개 분기 동안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평균 2.5%에 달해 유로존의 0.2%보다 높았다.
영국의 실업률은 4월 기준으로 5% 수준으로 유로존(10.2%)의 절반 수준이었다.
유럽 전체가 저성장과 실업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영국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축에 들었다.
유럽 대부분 국가는 유럽연합(EU)이라는 테두리에 속해 있다. 이 테두리 속에서자본과 인력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물은 얕은 곳으로 흐르지만, 자본과 인력은 높은 곳을 찾는다. 즉 유럽의 자본과 노동력이 EU라는 가교를 건너 영국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좀 더 형편이 나은 영국에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영국인들이 점점 뿔이 나고 있다. 밀려드는 값싼 노동력 때문에 임금이 정체되고 일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한다.
자본 유입의 덕을 보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이를 통한 혜택은 '시티오브 런던(City of London)'으로 지칭되는 일부 금융회사와 해당 지역에 국한한다.
여기에 분담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니, 영국인 스스로 EU라는 '다리'를 끊어버리고 싶은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간다.
영국과 유럽을 잇는 'EU 시스템'이라는 다리가 유지되든지 여부를 떠나 전 세계를 휘감고 있는 저성장과 실업 문제가 지속되는 한 고립주의(Isolationism) 움직임과 이에 따른 노이즈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저성장 문제의 근본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부채 문제에 있다. 정부와민간의 부채가 너무 늘어났고 이로 인해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대 유럽의 국가부채 위기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주요 정부는 씀씀이를줄일 수밖에 없었고, 금리를 더욱 낮췄다.
정부 수요가 위축되니 민간은 투자를 꺼리게 되고, 미래가 불안해진 투자자들은자금을 더욱 잉여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니 어떻게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시점에 새롭게 부각될 수 있는 이가 바로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전 미국 재무장관이다.
그는 현재의 불황은 지극히 구조적(structural)인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오히려 정부가 씀씀이, 즉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금은 부채를 줄일 때가 아니라 재정을 늘릴 때다'라는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브렉시트 사태를 통해 우리가 느껴야 할 교훈은 허리띠를 졸라맨다고 현재의 저성장 문제나 고립주의 확대에 따른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결론을 떠나, 2010년대를 지배한 긴축과 통화정책 중심의 시대가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고 판단한다.
서머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만약 주요국 정책가들 사이에서 서머스와 IMF의 권고에 따르는 신호가 나온다면 경제성장과 아시아 주식시장에는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작성자: 박성현 삼성증권[016360] 연구원 sunghyun73.park@samsung.com) ※ 이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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