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신년 인터뷰> ④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입력 2016-01-07 10:00
"주식은 모으는 것"…헬스케어 이어 중국·아시아 펀드 순차 출시



"주식은 사고 파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것입니다." 존 리(58·한국명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투자 철학은 확고했다.



리 대표는 7일 서울 북촌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한 신년 인터뷰에서 "시장을 보지 말고 기업을 봐야 한다"며 장기 투자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투자를 씨앗을 뿌려 사과나무를 기르는 것에 비유한다.



사과나무를 기르다보면 비바람이 불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도 있다.



그렇다고 열매를 맺기 전에 나무를 베어 버리면 결코 사과를 얻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리 대표는 "주식 투자는 기업을 일부 소유하는 것이자 동업자가 되는 것"이라면서 "그러면 자연스럽게 장기 투자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주식 투자를 단기에 사고 팔아 수익을 내는 것으로 생각하면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도 간명하다.



평균 수명이 대폭 늘어난 세대가 은퇴 후 노후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리 대표는 "주식 투자는 나같은 월급쟁이가 노후 준비를 위해 무조건 해야 하는것"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10년, 15년, 20년의 장기 투자가 기본이 돼야 하는데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카지노처럼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떤 회사에, 어떤 종목에 투자를 해야할까.



리 대표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돈을 잘 버는, 앞으로 돈을 잘 벌 것 같은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경영진"이라면서 "경영진이 똑똑해야 하고 '이 사람과동업하면 내 노후가 준비되겠구나'하는 그런 판단이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사가 가진 업적이나 경쟁력 등을 봐야 한다며 이를 '매니지먼트 퀄리티'라고 소개했다.



리 대표는 "인터넷의 발달로 지금은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면서 "일반인도얼마든지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한 매니지먼트 퀄리티를 평가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물론 그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분산 투자를 권유한다.



리 대표는 "한 회사의 주식만 모으면 위험하니까 10개, 15개 이렇게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면서 "그게 귀찮으면 그때 펀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좋은 기업의 조건은 또 하나가 있다.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기업이다.



리 대표는 "과거 한국의 경쟁력은 노동집약적 산업에 있었고 이후 철강·조선등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바뀌었지만 이제 중국에 밀리면서 여기서도 졸업해야 하는상황"이라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중심 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경쟁력 상실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면서 "급증한 중국 부자들한테 무엇을팔아먹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헬스케어, 핀테크, 화장품 등의 종목과 중국이나 아시아 신흥시장에주목하고 있다고 리 대표는 소개했다.



실제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 4일 출시한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에 이어 중국 펀드와 베트남, 라오스, 몽골 등 아시아 신흥국 펀드를 올해 순차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그의 이런 장기 투자론에 국내 투자자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 대표가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할 당시 600억원 규모이던 운용 자산은 2년 만에 4조원 가까운 규모로 늘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 펀드인 메리츠코리아는 작년 한해 동안 1조3천70억원을 빨아들였다. 지난해 6월 설정된 메리츠스몰캡 펀드도 4천121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스몰캡펀드는 작년 말 기준 최근 6개월간 8.387%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리대표는 이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리 대표는 "펀드 수익률은 단기적으로 실망스러울 수 있다"면서 "어차피 최소 10년 후에 찾을 것인데 뭘 그렇게 고민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헬스케어와 화장품 분야의 일부 종목은 고평가 우려에도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 "투자 종목이나 업종 등의 투자전략을 변경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 글로벌 시장은 미국 이자율과 오일 가격 등의 변수로 굉장히 출렁일 것"이라며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우리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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