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신년 인터뷰> ③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입력 2016-01-06 10:00
"현재 거래소는 '半官半民'…세계 7위권 진입하려면 구조개편해야"'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 호소…"이대로는 현상 유지도 어렵다"



"전 세계를 향해 투자하는 시대입니다.



국내용으로만 남아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얘기죠. 거래소의 몸집이 커져야 경쟁이되고 그래야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한국거래소의 구조개편 필요성을 역설하는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말투에는 절박함이 배어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거래소 구조개편을 위한 첫걸음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서 장기 표류 중이다. 특히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회기 내 처리도 쉽지 않다. 자칫 올해 거래소의 가장큰 목표이자 역점 사업이 전면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최 이사장은 6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거래소가 2005년 통합 이후 지금까지 시장 관리·운영에만 치우쳤는데 지금 이 형태로 가면 현상 유지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작년 초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거래소는 그다음 수순으로 올해 지주회사 전환과기업공개(IPO) 등의 구조개편을 목표로 삼고 준비해왔다.



하지만 구조개편의 전제 조건인 자본시장법 개정 과정에서 부칙 조항인 지주회사와 자회사의 본사 소재지 명기를 놓고 부산과 비(非)부산 의원 간 이견이 생기며발목이 잡혔다.



최 이사장은 "올해 늦어지면 이후에도 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다음 국회로 넘어가도 또 부산과 서울 지역 의원 간 의견이 충돌할 것이고 그렇게 계속 늦춰지면우리 자본시장도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 이사장은 이어 "대체거래소(ATS) 출현이나 장외시장 인프라가 취약한 국내현실에서는 지주회사 산하의 시장 자회사 간 경쟁 체제가 자본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거래소가 해외 거래소와 경쟁하려면 '반관반민'(半官半民) 체제에서 벗어나 시장간 경쟁, 기능별 전문화를 통한 사업 다각화 등을 추진, 시장 전체의 경쟁력과 역동성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단일 법인 체제로는 글로벌 거래소 수준의 사업 다각화가 현실적으로불가능합니다. 사업에 실패했다가는 그 위험이 거래소 전체에 전이되니까요. 하지만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정보 자회사, 컨설팅 회사 등 다양한 자회사를 만들어 추진하면 몸집이 커질 수 있고, 몸집이 커지면 경쟁도 할 수 있게 됩니다." 최근 간부회의 등을 통해 유가증권시장은 국제화에, 코스닥시장은 국내 모험자본 육성에 각각 치중하라고 주문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해외 주요 거래소는 이미 10여 년 전에 지주회사 전환과 상장을 마친 상태다.



아시아의 경우만 봐도 홍콩과 싱가포르가 지난 2000년 지주회사 전환과 IPO를 완료했으며, 일본도 지난 2013년 도쿄·오사카거래소를 지주회사 형태로 통합해 상장한 상태다.



각국 거래소는 자본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등을추진해 다양한 분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3년 영국 원자재상품거래소인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합병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나스닥OMX의 톰슨 로이터 멀티미디어 사업 부문 인수, 홍콩거래소의 런던금속거래소(LME) 인수 등이 진행됐다.



시카고거래소(CME)는 2012년 합작회사인 'S&P 다우존스 지수'를 설립해 S&P가산출하는 지수의 독점권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며 각국 거래소의 주가도 크게 뛰었다.



작년 6월 말 기준으로 홍콩거래소의 주가는 2000년 6월27일 상장 당시보다 무려3천216% 상승했고, 일본거래소 주가 역시 상장일(2013년 1월4일)보다 410.2% 올랐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종합 서비스 기관으로 가려면 덩치를 키워세계 7위권 내에는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말 세계거래소연맹 기준으로 한국거래소의 시가총액 규모는 1조2천653억달러로 전세계 거래소 중 13위다. 세계 3위인 일본거래소(JPX·4조9천99억 달러)는 물론이고 상하이증권거래소(SSE·4조4천598억 달러), 홍콩증권거래소(HKE&C·3조1천651억 달러), 인도증권거래소(NSE·1조4천500억 달러)에도 밀린다.



최 이사장은 "지금까지 묶인 거래소의 자본금이 3조 정도 된다고 봤을 때 거래소가 증자를 하고 IPO를 하면 그 3조원의 자산이 유동화되는 것"이라며 "이는 자본시장이 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M&A와 해외 지분 교환 등을 감안해도 자금 조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거래소가 보유한 M&A 자금 2천억원은 글로벌 M&A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현저히부족한 수준이라는 게 내부 판단이다.



최 이사장은 "자본시장법이 통과되면 올해 하반기에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나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IPO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며 "일단올해 업무 계획은 지주회사 전환을 전제로 짜놨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법 통과만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일단 거래소는 올해 해외 증권·파생상품시장과 교차상장·연계거래를 비롯해글로벌 M&A, 합작회사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해외 유동성을 유치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작년에 이어 올해도 IPO 붐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작년에는 190곳(스팩·재상장·코넥스 등 포함)이 상장해 2002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최 이사장은 "올해는 구체적인 IPO 목표치를 세우는 대신 상장을 해야 할 기업은 숫자에 상관없이 상장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나스닥 대신 국내에 상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soho@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