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재무건전성 판단 척도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가 바뀌면 대형사 위주로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NCR 규제 개선안이 대형사에는 투자여력을 키울 수 있는 호재가 되겠지만 소형사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2016년부터 전면 개편되는 NCR 산출 방식을 적용하면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인9개 대형 증권사의 평균 NCR은 476%에서 1천140%로 증가한다. 대형 증권사들은 추가투자 없이도 설비를 증설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NCR 유지를 위해 쓰지 않았던 유휴자본을 활용하면 대형사들은 자기자본투자,인수금융 등 투자은행(IB) 업무와 기업공개(IPO), 채권 발행, 인수·합병(M&A) 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바뀐 NCR 산출 방식을 적용한 KDB대우증권의 NCR은 기존 511%에서 1천33%로 증가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아진다.
이밖에 우리투자증권[005940](523%→830%), 삼성증권[016360](636%→745%), 한국투자증권(425%→620%), 미래에셋증권[037620](398%→427%) 순서로 NCR 증가 폭이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형 증권사들의 NCR이 크게 높아지지만 중형사의 NCR 평균은 459%에서 318%로,소형사는 614%에서 181%로 낮아진다. 중소형사의 투자 여력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소형사들은 장외파생 등 사업성이 낮은 라이센스(영업인가)를 반납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채전문딜러와 공개시장조작 영업을 하려면 250% 이상의 NCR을 유지해야 하고,우정업본부와 국민연금 거래 증권사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각각 450%, 250%의 NCR 비율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바뀐 방식을 적용하면 회사 NCR 비율이 대폭 낮아진다"며 "합성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나 장외파생 거래에서 제약을 받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이미 2015년부터 증권사들의 콜차입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들은 금융회사끼리 무담보로 주고받는 초단기 자금인 콜머니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왔다.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NCR이 개편되면 대형 증권사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며 "특화 증권사, 글로벌 대형 증권사가 탄생해 업계 판도를 바꾸는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NCR 규제가 증권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증권사들이 실제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투자 여력이 늘어났다고 해도 기업문화, 관행등으로 투자를 늘리지 못한다면 NCR 비율이 단순히 개선되는 데에 그칠 것"이라며 "IB로 거듭나려면 투자와 안정적 지배구조 정착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도 "대형 증권사들을 모두 NCR 규제 완화 수혜주로 보는것은 무리가 있다"며 "빠른 의사 결정으로 자기자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증권사들이 차별적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