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자구책에 주가 급등…관건은 실행 여부

입력 2013-12-23 10:46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던 현대그룹이 금융계열사 매각을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하자 23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일단 현대그룹이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내놓아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지만 각 자산의 매각 가격과 절차 등 걸림돌이 많아계획대로 될지는 미지수라며 계획의 실행 여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전날 현대증권[003450]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3개 금융계열사 매각을 포함한 대규모 자산 매각을 통해 3조3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자구안을 발표했다.



금융계열사 매각을 통해 7천억∼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고 현대상선[011200]이 보유한 항만터미널 사업 지분 매각과 벌크 전용선 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1조5천억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이 가진 부동산과 선박 등도 매각하고 현대엘리베이터[017800]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포함한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하고 금융사업에서손을 떼겠다고 발표한 것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고강도 자구방안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금융시장에서는 현대상선의 실적 악화와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손실 등 현대그룹의 자금난을 둘러싸고 각종 우려와 소문이 제기돼왔기 때문에 이번자구안은 이런 소문을 조기에 잠재워야 한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날 개장 초부터 현대상선의 주가가 상한가로 뛰어오른 데 이어 현대엘리베이터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으며 현대증권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는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계열사 매각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세워 금융계열사 등의 자산을 이전시키고 세부적인 매각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해진행하게 된다.



매각 대상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보통주 25.9%·우선주 13.57%)과현대증권 자사주(보통주 9.83%)로 시가로 치면 모두 4천억원 규모다.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은 현대증권의 100% 자회사로 장부상 가치가 각각255억원, 2천668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3개 금융 계열사의 매각 가격은 7천억원에서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현대그룹은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 대상으로 쏟아낸 자산들을 조기에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자구안의 핵심인 현대증권의 경우 증권업계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가쌓여 있는데다 주가 하락으로 장부가보다 시가가 낮은 상황이어서 가격을 낮추지 않는 한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의 가치는 현재 3천67억원으로 50%의 프리미엄을 붙여도 4천601억원에 불과한데 장부가격은 5천941억원이어서 매각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사 대비 인력이 많아 비용이 많이 들고 생산성이 낮은데다 인수 시 노조와의 협상 등도 매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더구나 현대증권의 100% 자회사인 현대저축은행은 장부가치가 지난 9월 현재 2천668억원이었지만 순자산가치는 1천80억원에 불과한데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어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나 현대로지스틱스의 IPO, 현대상선의 자산 매각 등도 그룹이 애초 기대했던 규모의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결과를 지켜봐야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의 매각은 회사 측의 주장과 달리 어느 정도 예견된 사안이었다"면서 "하지만 매각에 장애요인이 많아 인수·합병(M&A)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oon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