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만 키웠다" VS "신흥국 구조개혁의 기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직후 환호했던 금융시장이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빠졌다.
23일 오전 10시 40분 현재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혼조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보다 0.56%, 0.63% 상승했으나 필리핀 ST지수는 0.87%, 말레이시아 KLCI지수는 0.45% 각각 내렸다.
앞서 인도 센섹스지수는 19일 3.4% 급등했다가 20일 1.9% 떨어졌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는 4.6% 급등했다가 1.9% 반락했다.
또 미국 연준의 결정이 나온 19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20일 각각 1.19%, 0.72% 하락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상황을 "투자자들이 파티를 열었다가 숙취 속에 깨어났다"고 표현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양적완화 축소 이후의 혼란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는 했지만,연준의 연기 결정으로 이 불안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양적완화 축소의 향방이 더불확실해졌고 시장은 불안정한 상태라는 우려만 커졌기 때문이다.
헨리 허먼 와델앤드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기조를 바꿨는데도 시장이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거슬린다"며 "앞으로 시장은 훨씬 더 초조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의 바로미터로 주목받는 미국 채권시장도 연준의 결정에 크게 호응하지 않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20일 2.74%로 이달 초 장중 한때 3%를 넘었던 것보다는 안정됐지만 지난달 중순 수준에 머물렀다.
줄리언 캘로 바클레이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1분기까지 연준의 국채 매입 규모가 총 3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면서 연준이 점차 매입 규모를 줄이고 보유채권을 처분하기 시작한다면 금리를 서서히 높이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을 통해 연준이 정상화를 미루는 잘못된 결정을 했다고비판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연준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전제 조건으로 걸어놓고 채권 매입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그동안 언급한 대로 채권 매입이유발하는 경제성장 및 고용 증진 효과와 채권 매입의 경제적 비용 부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에 "통화 정책으로 달성할 수 있는 만큼 달성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다음 (10월) 회의부터 채권 규모를 안정화할 수 있는 과정에 돌입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결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시장 혼란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잠시 미뤄진 만큼신흥국이 경제 기초여건을 강화할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르고 있다.
FT는 신흥시장이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로 경제구조 개혁에 나설 시간을 벌었다는 정부 관료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메흐메트 심섹 터키 재무장관은 신흥시장에 곧 양적완화의 역풍이 닥쳐올 것이라면서 1990년대 말처럼 '투자 기근'에 시달리지는 않더라도 1년가량 '단기 조정'을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연기가 신흥국에는 노동시장 등 경제구조 개혁에 나설 기회를 준 셈이라면서 "약간의 시간이 있고 이 시간은 투자자 신뢰를 유지하거나회복할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구람 라잔 인도중앙은행 총재 역시 시장 예상을 뒤엎은 연준의 결정에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양적완화 축소의 연기는 단순히 연기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자"고 말했다.
마이클 리들 M&G투자 펀드매니저는 "모든 사람이 신흥시장의 매도세는 연준 때문이라고 여겼지만 악화한 경제 기초여건 때문이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