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양적완화 축소 관측에 시장은 '실망'>

입력 2013-05-23 10:08
22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준) 의장의 의회 발언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최신 회의록이 양적완화의축소 가능성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이 실망하는 반응을 보였다.



버냉키 의장은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노동시장 전망에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진전이 보이는지를 평가하려 하고 있다"며 고용을 비롯한 경제 지표의 개선이 출구전략 착수에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합동경제위원장인 공화당 케빈 브래디 의원의 '이 전략을 언제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다음 몇 차례의 회의에서 할 수 있다"고 답했다.



브래디 의원이 "그런 움직임이 (9월 2일인) 미국 노동절 공휴일 이전에 일어날수도 있느냐"고 더 상세하게 묻자 "모르겠다, 지표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에둘러답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더해 FOMC 회의록에는 '상당수의(a number)' 위원들이 이르면 6월에 매달 850억 달러 규모인 채권 매입을 축소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것으로 기록됐다.



다음 FOMC 회의는 6월 18∼19일에 열린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 이전에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가능성이충분하다는 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등 언론도 연준이 채권 매입을축소하거나 제3차 양적완화(QE3)를 조기 종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쪽으로 보도했다.



이 소식에 22일 미국 시장은 요동쳤다.



뉴욕 증시는 오전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유지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예상에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실제 발언과 FOMC 의사록이 출구전략 착수를 시사함에 따라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80.41포인트(0.52%) 내린 15,307.17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13.81포인트(0.83%)떨어진 1,655.35에 장을 마쳤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38.82포인트(1.11%)나 하락해 3,463.30으로 마감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11bp 올라 2.04%가 됐다. 2%를 초과하는 수익률은 3월 이후 처음이다.



마이클 핸슨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시장은출구에 대한 어떤 암시에나 크게 반응한다"며 "(시장) 출구가 작아 많은 사람이 마치 록 공연에서처럼 빠져나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엔 환율은 상승했다.



엔화는 23일 오전 달러당 103엔의 벽을 다시 뚫고 103.4∼103.5엔을 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증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일본 닛케이 지수는 22일에 이어 23일에도 날고 있다.



오전 9시40분 기준으로 전날보다 1.14% 상승한 15,807로, 2007년 12월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다만, 시장 분석가들은 22일의 급등에 따른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 코스피는 0.40% 내린 1,985.91에 개장해 오전 9시40분 기준으로 1,980.12까지 내려갔다.



한국 증시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실제로 축소되거나 조기 종료되면 미 시장의 유동성 감소와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김낙원·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효과 없이 미국 경기의 강한개선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외국인 자금의 국내 주식시장 유출입을 결정하는 두 가지 핵심 변수인미국의 경기 상황과 위험자산 선호도에 양적완화 규모의 축소가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의 조건으로 전제한 고용시장의 현저한 개선이가까운 시일 내에는 이뤄지기 어렵고 엔저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되는 만큼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 여름 미국 고용시장이 이를 충족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하반기 엔화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달러당 110엔선을 상회할 것으로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9월 양적완화 축소 논란은 해프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cheror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