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창 싹쓸이' 나선 카카오모빌리티

입력 2026-11-08 17:08
카카오모빌리티가 주차장 중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주력인 택시 사업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주차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키우려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주차면 선매입을 통해 회계상 매출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 외형 확대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매입으로 주차장 계약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국내 주요 주차장 운영사업자들과 월 주차면 확보 계약을 맺으면서 경쟁사 물량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 나이스파크, 투루파킹 등 주차장 운영사는 직접 판매할 물량을 제외한 나머지를 카카오모빌리티, 모두의주차장 등 플랫폼에 배정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기존 계약은 플랫폼이 배정받은 주차면 가운데 실제 판매된 물량에 대해서만 수수료를 지급하는 중개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판매 여부와 관계없이 확보한 물량 전체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선매입 조건을 제시해 경쟁사 물량까지 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차장 운영사 관계자는 “일부 주차장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11월 배정 물량 가운데 경쟁사 몫의 80%까지 확보했다”며 “과거 택시 중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때와 비슷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해외 진출을 위한 기술 기반 주차장 구축과 주차 관제 고도화에 집중해온 카카오모빌리티가 전통적인 주차 중개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주차 중개가 포함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의 매출 비중은 2021년 34.9%에서 지난해 30.0%로 낮아졌다.

전략 변화의 배경으로는 택시 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지난 5월 택시의 배회영업(도로를 주행하며 승객을 태우는 영업)에 대한 수수료 수취를 금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배회영업 수수료가 연간 가맹 수수료 수익의 15~20%를 차지하며, 금액으로는 최소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매출 부풀리기 논란 우려투자금 회수를 추진하는 2대 주주 사모펀드(PEF) 운용사 TPG의 압박도 주차 중개 사업 확대의 배경으로 꼽힌다. TPG는 지난 5월 보유 지분만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최근 최대주주인 카카오를 상대로 홍콩국제중재센터에 중재를 신청하는 등 이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주차면 선매입은 회계상 매출 규모를 키우는 데도 유리하다. 중개 방식에서는 플랫폼이 받는 수수료만 매출로 인식하지만, 선매입 방식에서는 주차면을 사들인 뒤 판매한 금액 전체를 매출로 잡기 때문이다. 매출 외형이 커지면 기업 가치 평가와 지분 매각 협상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과거 가맹택시 수수료를 총액 기준으로 매출에 반영했다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전례가 있다”며 “이번 주차장 선매입 방식도 회계 처리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