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앞에 두고 펼친 식탁에 모둠회와 치킨이 함께 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노들섬에서 즐긴 이른바 ‘회크닉’이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포장해온 회 옆에는 교촌치킨의 허니콤보도 놓였다. 횟집에서 회를 먹거나 공원에서 치킨을 주문하던 익숙한 풍경이 한 식탁에서 만난 셈이다. 수산시장서 포장한 회 들고 한강으로서울시는 지난 6일 오 시장이 노들섬의 변화와 조성 계획을 설명하는 ‘일타시장’ 시리즈 다섯 번째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한강을 배경으로 회크닉을 즐기는 모습도 담겼다. 도시 공간을 소개하는 영상이지만 식품 소비의 관점에서도 눈여겨볼 장면이다. 회를 사서 먹는 장소가 횟집 바깥으로 넓어지고, 야외에서 곁들이는 음식의 조합도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회크닉은 ‘회’와 ‘피크닉’을 합친 말이다. 수산시장이나 횟집에서 회를 포장해 공원 등 야외에서 즐기는 소풍을 뜻하며 2030 젊은 세대들이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회를 산 뒤 노들섬이나 여의도한강공원으로 이동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소셜미디어에는 회에 한강라면이나 맥주, 와인 등을 곁들이는 사진과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달라진 것은 음식 자체보다 먹는 방식이다. 횟집에서는 회와 곁들임 음식이 한 상으로 나오지만 야외에서는 소비자가 식탁을 직접 구성한다. 회를 중심에 놓고 주변에 치킨이나 라면을 더하는 식이다. 일행마다 먹고 싶은 음식이 달라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다. 식당의 메뉴판 대신 각자가 고른 포장 음식이 한 끼의 구성을 결정한다.
회를 사는 곳과 먹는 곳이 나뉘면서 주변 가게로 소비가 이어질 여지도 생긴다. 수산시장에서 회를 포장한 뒤 공원으로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음료와 얼음을 사고, 돗자리와 일회용 식기를 준비하는 식이다. 수산시장은 야외에서 먹기 좋은 포장과 예약 픽업으로 손님을 끌고, 공원 주변 매장은 나들이객의 추가 구매를 기대할 수 있다.
치킨·라면 곁들여 즐기는 ‘회크닉’노량진수산시장에도 ‘회크닉’ 손님이 몰리고 있다. 한 점포 관계자는 "매출의 약 80%가 회를 포장해 공원에서 먹는 손님에게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회를 사려면 한 시간가량 기다려야 하는 매장도 있었다. 일부 점포는 한강 나들이객을 겨냥한 포장 상품과 예약 픽업 서비스를 선보이며 손님 잡기에 나섰다.
회크닉의 매력은 풍경까지 한 끼의 경험에 포함된다는 데 있다. 같은 회라도 한강을 바라보며 먹으면 식사에 산책과 휴식이 더해진다. 반드시 식비를 가장 적게 쓰는 방식이라기보다 음식과 장소를 원하는 대로 조합하는 소비에 가깝다. 돗자리 위의 회와 치킨은 익숙한 메뉴에 새로운 장면을 더하는 방법이다.
노들섬은 이런 소비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지난 9월 18일 수변문화공간이 개방됐고, 서울시는 앞으로 수상정원과 하늘예술정원을 단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걷고 머무는 공간이 넓어지면 그곳에서 무엇을 먹을지 선택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오 시장의 식탁에 함께 놓인 회와 치킨은 한강 피크닉의 메뉴가 넓어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