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황제도 못 버텼다”…젠슨 황, 하루 새 20조원 증발

입력 2026-11-06 15:07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하루 만에 전세계 10대 부호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AI 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엔비디아 주가를 끌어내린 결과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황 CEO의 순자산은 이날 151억 달러(약 20조원) 감소한 1509억 달러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세계 부호 순위는 9위에서 13위로 네 계단 떨어졌다. 불과 하루 만에 전체 자산의 약 9%가 사라진 셈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 거래일보다 9.3% 하락한 181.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에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 넘게 떨어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5.52% 급락했다.

주가를 끌어내린 직접적인 계기는 미국 정치권의 변화였다. 지난 3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했다.

민주당은 선거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 소비와 지역사회 부담 등을 문제 삼으며 규제 강화를 주장해 왔다. 시장에서는 AI 산업 육성에 우호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이 늦어지면 AI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인 장비다. 글로벌 빅테크가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엔비디아는 AI 투자 붐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대한 의구심이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충격은 엔비디아에 그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의 순자산은 하루 만에 797억 달러 감소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창업자의 자산도 101억 달러 줄었다. AI 모델 개발부터 데이터센터 구축, 클라우드 인프라 공급까지 AI 생태계에 깊이 관여한 기업인들이 일제히 타격을 입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포함된 세계 500대 부호의 자산은 이날 하루에만 1850억 달러 감소했다. 블룸버그가 2012년 부호 순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14번째로 큰 하루 감소 폭이다.

그동안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기술 기업 창업자들의 자산을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술업계 부호들의 자산은 전체 지수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불어났다. 하지만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에 정치적 규제 위험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다만 현재 시장의 우려는 과도한 수준이란 게 중론이다. 하반기부터 증시를 휩쓴 AI 수익성 논란이 중간선거라는 이벤트를 만나 잠시 증폭된 국면이라는 것이다. 실제 규제 수준과 AI수익성 악화 지표 등 명확한 근거 없이 막연한 공포심이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해석이다.

고영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이슈는 결국 시장 심리의 문제"라며 "현재 산업 구조하에서 데이터센터는 국가 경쟁력과 연결되는 전략 자원으로 민주당 역시 중국의 AI 추격을 용인하는 정책을 펼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