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면 보라색으로 변하는 옥수수…농약 줄이는 ‘스마트 작물’

입력 2026-11-06 11:05


병에 걸리면 잎이 보라색으로 변하거나 빛을 내 농부에게 위험을 알리는 ‘스마트 작물’이 개발되고 있다.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기 전에 병해충 피해를 파악해 필요한 곳에만 농약을 뿌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농업 스타트업들이 유전자 편집 등 기술로 병해충의 공격을 받으면 조기 경보를 보내는 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인디애나주 인시그넘 애그테크는 곰팡이성 질병이나 해충에 반응해 잎이 보라색으로 변하는 옥수수를 선보였다. 캘리포니아주 이너플랜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빛을 내는 식물을 만들었다. 밭에서 카메라를 장착한 트랙터나 드론, 위성으로 감지할 수 있다.

핵심은 식물이 병해충의 공격을 받았을 때 일으키는 방어 반응을 농부가 알아볼 수 있는 신호로 바꾸는 것이다. 알렉산더 존스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식물은 시드는 현상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리 상태에 관한 정보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낸다”며 “이런 징후가 나타났을 때는 조처를 하기에 너무 늦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시그넘은 식물 DNA에 이미 존재하는 형질을 유전자 편집으로 활성화하는 방식을 쓴다.

이 기술의 장점은 피해가 번지기 전에 문제가 생긴 구역을 찾아 집중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존에는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해 경작지 전체에 농약을 뿌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기 경보 기술을 활용하면 필요한 구역만 처리해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화학물질이 토양과 하천, 식수로 흘러드는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실제 농가에 보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문턱이 적지 않다. 대부분 기술은 아직 시험 단계에 있어 규제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유전자 변형 식품을 판매하려면 위험 평가와 승인 등 규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경계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일각에서는 농업 생산량을 늘리고 환경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라면 토양 건강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라비나 스리다르 세이브소일 최고과학기술책임자는 빛 입자를 관찰해 식물의 건강이나 스트레스를 추적하는 광자 모니터링 같은 기술과 해충 관리 체계를 활용하면 유전자 변형 작물을 쓰지 않고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의 유전자를 바꾸는 대신 외부 센서로 이상을 감지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 스타트업 비리디스바이오는 식물이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 휘발성 물질을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 중이다. 폭발물 잔류물을 찾아 전쟁 지역의 지뢰를 탐지하는 센서에서 파생된 기술이다. 특히, 온실에서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