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아록(?祿)은 아리따울 ‘아(?)’와 행복할 ‘록(祿)’을 합친 이름으로, 아름다운 한국의 전통을 즐기며 행복을 느낀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브랜드의 모토는 ‘오래된 미래’다. 옥춘, 색동, 떡살, 액막이 북어, 민화처럼 우리 일상 속에 있었지만 점점 잊혀 가는 전통을 키치하고 모던한 감각으로 다시 풀어내, 일상에서 쓰임이 있는 물건으로 만들고 있다. 손단비 대표(36)가 2021년 1월 창업했다.
손단비 대표는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섬유예술 작가로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며 작업을 이어오다가, 섬유라는 따뜻한 소재로 한국의 전통과 이야기를 일상에 전하고 싶어 스튜디오 아록(AAROC)을 창업했다.
아록의 대표 라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옥춘 라인이다. 한국 전통 사탕 옥춘에는 좋은 사람과 좋은 일이 오는 길을 밝혀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알록달록한 옥춘의 형태를 모던하고 키치하게 재해석해 러그, 베개, 작은 손가방, 부채 등으로 풀어냈다.
두 번째는 색동 라인이다. 색마다 담긴 길상의 의미를 살려 색동 스툴, 방석, 베개, 선반 같은 생활 가구와 소품으로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넓혀 갈 계획이다.
세 번째는 액막이 라인이다. 액을 막고 복을 부른다는 명주실 북어 풍습을 핸드 터프팅과 손바느질로 재해석한 ‘댕기 명주실 북어’와 ‘명주실 북어 풍경’이 있다. 올해는 새해에 액을 막고 복을 빌던 세화(歲?)의 의미를 담아, 민화 속 강아지와 고양이를 다시 그려 자수 가방 등 다양한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액막이 라인은 연말·새해 선물이나 기관·기업 선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네 번째는 떡살 라인이다. 집안마다 고유한 무늬를 새겼다는 떡살 문양은 아록의 로고와 패키지에도 쓰인 브랜드의 핵심 조형 언어다. 이 문양을 러그와 자수 가방 등에 담았다. 이 밖에도 한국 문화 속 다양한 요소를 모던하고 키치하게 재해석해 일상에서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아록의 경쟁력은 첫째, 섬유공예를 전공한 작가가 소재와 기법 선택부터 디자인, 제작까지 직접 설계한다는 점이다. 제품마다 터프팅, 자수, 직조, 누비, 모시 중 가장 잘 맞는 방식을 골라 제작 공정 전체를 직접 챙긴다. 둘째, 전통을 모양이 아니라 이야기로 전한다는 점이다. 옥춘이 좋은 인연의 길을 밝혀준다는 의미, 서양에서는 죽음을 뜻하는 검은색이 색동에서는 현명함을 뜻한다는 이야기처럼 원형이 지닌 의미를 해치지 않고 제품과 함께 전한다. 이 이야기가 곧 선물의 의미가 되기 때문에 개인 고객뿐 아니라 기관과 기업의 선물로도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셋째, 세대를 잇는 감각이다. 어른 세대에게는 어릴 적 제사상과 할머니 댁을 떠올리게 하는 반가움을, 젊은 세대와 외국인 고객에게는 귀엽고 힙한 오브제로서의 새로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오래 쓰는 공예 디자인 상품을 지향한다. “아주 비싼 물건이 아니어도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을 만큼 좋은 물건을 만들고 싶어서, 내구성 테스트를 반복하고 관리법을 상세히 적어 제품과 함께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아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B2B와 해외 판로를 함께 넓혀 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자사몰과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하고, 29CM, W컨셉, 오늘의집, 신세계까사 굳닷컴 등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에 입점해 있다. 신제품은 크라우드펀딩과 팝업을 통해 먼저 선보여 왔다. 올여름에는 옥춘 부채 게시물이 SNS에서 화제가 되며 짧은 기간에 수백 건의 주문으로 이어졌고, 손 대표는 이를 통해 콘텐츠의 힘을 실감했다.
오프라인에서는 더현대, DDP, 교보문고, 세종문화회관, 국가유산진흥원, 와유재, 하우스오브연 등 상설 판매처에서 판매하고, 공예 페어와 팝업스토어에 꾸준히 참여하며 고객을 직접 만나고 있다.
B2B로는 한국관광공사,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등을 통해 해외 귀빈 선물용 제품을 납품했다.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는 ‘명주실 북어 풍경’을 유럽 박물관과 VIP에게 전하는 연말 선물로 선보였고, 아모레퍼시픽 아모레몰과의 신년 협업 ‘액막이 북어’는 빠르게 품절됐다. 최근에는 여행 상품 예약 시 아록 제품을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여행 플랫폼과의 연계 판매도 준비하고 있으며, 기업 선물 카탈로그와 공공 조달 채널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파리 메종오브제와 Korea Expo Paris, 미주한인비즈니스대회, 뉴욕 소호 팝업에 이어 2026년 도쿄 기프트쇼와 도쿄 팝업, 뉴욕 소호 팝업에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협업 제안을 받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을 통해 두바이 한국 홍보관에도 입점했다.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 공식 협찬 등 미디어를 통한 노출도 이어 가고 있다.
아록은 지금까지 정부·공공기관 지원사업과 LIPS(립스) 정책자금, 크라우드펀딩, 자체 매출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브랜드를 다져 왔다. 2025년 3월 주식회사 스튜디오아록을 설립해 법인 체계를 갖췄고, 오늘전통창업 도약사업에서 운영기관 씨엔티테크의 액셀러레이팅을 받으며 사업 구조와 성장 전략을 정비하고 있다.
손 대표는 “기업 선물 시장과 해외 유통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단계인 만큼, 한국 전통문화 브랜드의 가치에 공감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투자처와의 협력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섬유예술 작가로 여러 나라의 전시에 참여하면서 각국 작가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때 나라마다 섬유로 만든 공예 상품이 정말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는데, 정작 제가 그들에게 선물할 한국의 섬유공예 상품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습니다. 그 아쉬움이 컸고, 마침 코로나19가 시작된 시기에 '내가 잘하는 섬유로 한국의 색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어릴 적 기억도 큰 동기가 됐습니다. 외할머니께서 사시던 200년 된 기와집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1년 만에 무너지는 것을 보며,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돌보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일상 속에 있었지만 점점 사라져 가는 한국의 전통을 하나씩 다시 만들어 이어 가고 싶었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한국문화정보원의 지원을 받아 사업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이후 2022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오늘전통 초기창업 지원에 선정되며 제품 개발과 판로 개척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손 대표는 “제품을 들고 행사에 나가면 어르신들이 ‘어릴 적 제사상에서 보던 옥춘이네’ 하며 반가워하고, 함께 온 자녀에게 그 추억을 이야기해 줄 때가 있다”며 “떡살 무늬로 집안을 알아봤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젊은 분들도 눈을 반짝이며 흥미로워한다. 잊혀 가던 전통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다시 이어지는 순간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아록 제품을 30번 가까이 구매해 준 고객도 있습니다. 처음 구매하실 무렵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이후 일이 잘 풀려, 지금은 주변 분들께 아록 제품을 선물하신다고 합니다. 제품에 담은 ‘좋은 의미’가 누군가의 삶에 실제로 닿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계속 만들 힘이 납니다. 아록의 제품이 해외 박물관과 귀빈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선물로 전해질 때도 뿌듯합니다. 창업할 때 품었던 ‘선물할 만한 한국 섬유공예품이 너무 적다’는 아쉬움을 조금씩 풀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아록은 손 대표와 상품 개발을 담당하는 정규직 직원 1명, 프로젝트 단위 제작팀원 3명이 함께 일한다. 손 대표는 브랜드 기획과 디자인, 제작, 유통·영업 전반을 이끈다.
“브랜드 초기부터 손을 맞춰 온 동대문·광장시장의 30년 경력 제작 파트너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품 사진은 오랜 기간 함께한 사진작가와, 비주얼 브랜딩은 대학원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 온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이런 외부 파트너들이 아록의 큰 힘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손 대표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지역의 특색과 이야기가 담긴 상품과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여행·관광 채널과 연계해 그 지역을 여행하거나 좋아하는 분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공간을 기획·디자인하는 작업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는 지금, 한국적인 특색을 담아 누구나 소장하고 싶어지는 감각적인 물건을 만들어 해외에서 전시하고 판매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전통을 가장 행복하게 소개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전통이 소수의 취향으로 남지 않으려면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쓰고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옥춘을 모르던 친구들이 옥춘 부채를 들고 다니고, 외국 친구에게 아록의 북어 풍경을 선물하는 장면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잊혀 가는 전통의 이야기를 계속 찾아 귀엽고 즐겁게 풀어내겠습니다.”
스튜디오 아록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 ‘오늘전통창업 도약기업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스타트업 투자 전문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가 운영하며 창업보육부터 사업화 자금, 프로모션 및 홍보에 이르기까지 전통문화 분야의 유망 창업기업들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튜디오 아록은 2022년 오늘전통 초기창업기업으로 선정돼 브랜드의 기반을 다졌고, 올해 오늘전통창업 도약사업에 선정돼 한 단계 성장하는 과정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운영기관인 씨엔티테크의 멘토링과 다양한 지원을 통해 스몰 브랜드를 ‘사업’의 언어로 다시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매출 구조와 판매 채널별 전략, B2B 확대 방향처럼 기본 설계를 점검했고, 법인 체계 정비와 투자·IR 준비, 글로벌 진출 방향도 함께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분야의 창업자들과 교류하며 서로의 시도를 나눈 것도 큰 자산이 됐습니다.”
설립일 : 2021년 1월
주요사업 : 옥춘·색동·액막이 북어·떡살·민화 등 한국 전통을 섬유공예로 재해석한 라이프스타일 제품 디자인·제작·판매, 기관·기업 및 글로벌 기프트 상품 개발·납품
성과 : 2026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오늘전통창업 도약사업(3기) 선정, 도쿄 기프트쇼 참가, 도쿄 팝업·뉴욕 소호 팝업 참가 / 2025 립스2 선정, 파리 메종오브제·Korea Expo Paris·미주한인비즈니스대회 참가, 뉴욕 소호 팝업 참가, 한국디자인진흥원 두바이 한국 홍보관 입점, 국가유산진흥원 K-문화상품 선정, 세종문화회관 아트굿즈 10 선정, 한국관광공사, 글로벌캠페인 제품 개발 및 납품, 설화수의 집 협업전시,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 공식 협찬, 아모레퍼시픽 아모레몰 신년 협업 기프트상품 ‘액막이 북어’ 개발,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 디자이너 선정 / 2024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상, 한국문화정보원 우수 문화상품개발 원장상 수상,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 협업 ‘명주실 북어 풍경’ 유럽 박물관·VIP 연말 선물 제작 / 2022 오늘전통 초기창업기업(3기) 선정, 공예트렌드페어 브랜드관 참가, 한국공예관 뮤지엄숍 입점 / 2021 서울 여성공예창업대전 장려상 / 더현대·DDP·교보문고·29CM·W컨셉·오늘의집 등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 입점, 보그·엘르·마리끌레르·에스콰이어·얼루어 코리아 등 매체 소개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