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우려가 부각되면서 5일 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이 와르르 무너졌다. 국내 증시에서 비중이 높은 반도체 기업들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다만 증권가(街)에선 데이터센터 투자 지연에 대한 우려가 단기 이슈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5일 "데이터센터 건설은 국가 성장 동력이기도 하지만 해당 지역의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며 "데이터센터 건설을 지연시키기보다는 개발 기업에 제공하던 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는 AI 인프라 수요에 일부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는 있으나 AI 중심의 성장 동력의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 시장 유동성이 결국 AI 인프라에 집중되는 흐름을 막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양 연구원은 "선거 후 뉴욕증시에서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 주가가 급등한 것은 금융시장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증거이고 유동성은 유가와 금리 하락으로 더욱 풍부해질 것"이라며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 흐름이 개선된다면 다른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증시 내에서 데이터센터 이슈가 잦아들면 단기간에 AI 성장주(株)가 상승 흐름을 재개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미국 대통령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관세 등 주요 정책 방향이 의회 리더십 변경만으로 크게 변화하기는 어렵다"며 "상당히 많은 것이 변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실제 변화까지는 시간이 소요되고,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게 되면 AI 관련 성장주의 상승이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규제 역시 건설 제한보다 설계 변경에 한정되는 등 기업들이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미 연방 차원의 기술 규제와 감사, 인허가 재검토는 선거 전부터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충격은 제한적"이라며 "영향 가능한 최대 13기가와트(GW)는 2035년까지 예상 증가 용량 150GW의 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규제 방향도 '건설 금지'보다 '계통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설계'로 수렴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의 배경이 지역 전력망과 수자원 부족 등 환경적 요인인 만큼 이를 해소하는 게 관건이란 얘기다.
주요 AI 인프라 기업들은 선거 전부터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을 마련해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은 자가발전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전력망 부담을 낮추기 위해 구글은 1GW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엔비디아도 소규모 랙(서버 선반) 단위 전력 공급을 추진 중이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실적 역시 투자 감소가 아닌 순차적인 이연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텍사스 프로젝트가 일부 이연되더라도 충격은 2028년에 일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장기계약(LTA)에 묶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안정적"이라며 "CPU 수요와 연동되는 범용 D램,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지연에 민감할 수 있지만 HBM 전환으로 D램 공급이 더 타이트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 요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은 (건설 지연으로) 설비투자를 미뤄 현금흐름 여유가 생기고 보유 및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가치가 상승해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주가수익비율(PER) 3배 내외에서 거래 중인 한국 메모리 업체 주가에는 이미 (지연 이슈가) 반영돼 있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