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의회 장악에 기업들 긴장…트럼프 특혜 조사 예고

입력 2026-11-05 08:08
수정 2026-11-05 08:14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기업 간 특혜·유착 의혹을 둘러싼 의회 조사가 대대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를 환영했던 기업들도 민주당의 소환장 발부 권한을 통한 자료 제출 요구와 청문회 등 새로운 정치·법률적 위험에 직면하게 됐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의 통제권을 확보하면서 기업 경영진들은 트럼프 행정부 집권 후반기의 혼란에 대비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정책에는 긍정적이었지만 지정학적 사안과 무역정책을 둘러싼 결정에는 불만을 나타내 왔다.

미국 로펌 홀랜드앤드나이트의 의회 조사팀 공동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암스트롱은 "차기 의회는 조사와 감독 활동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고객 기업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우려가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의 조사 방향이 크게 세 갈래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첫 2년 동안 백악관 관리들과 트럼프 일가의 부패 가능성, 특정 기업에 대한 정부의 특혜 제공 여부, 물가 부담과 생활비 문제 등 정책 현안이다.

특히 부패 의혹은 이번 중간선거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 공개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개인적으로 22억달러(약 3조원) 이상을 벌어들였으며, 대통령 아들들이 지원하는 기업들도 연방정부로부터 상당한 지원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이러한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납세자에게 돌아갈 자금을 회수하는 문제까지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로펌 쿨리의 의회 조사 부문 책임자인 수잔 삭스먼 그룸스는 민주당이 일종의 피해 회복 또는 배상이라는 개념을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은 자신들을 선출한 국민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며 "납세자를 위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달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민주당이 확보하게 될 소환장 발부 권한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백악관은 민주당의 자료 제출 소환 요구에 저항했지만, 민주당은 앞으로 민간기업을 통해 정부 관계자와 기업 경영진 사이의 통신 및 접촉 기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조사 대상에 서한을 보내도 충분한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기업들에 자료 제출과 조사 협조를 강제할 수 있다.

로펌 제너앤드블록의 의회 조사 부문 공동 책임자인 에밀리 로브는 "모든 의사소통에는 양쪽 당사자가 있다"며 민간 부문이 행정부를 감독하기 위한 또 다른 정보 확보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실제로 어떤 기업을 조사할지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내년 1월부터 하원 감독위원장을 맡을 민주당의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의원은 최근 킴벌리 길포일 전 그리스 주재 미국 대사와 공화당 후원자 사이에 제기된 대가성 거래 의혹에 관한 자료를 요구했다.

그는 메타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계정들을 차단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가르시아 의원은 중간선거가 치러진 3일 저녁 소셜미디어에 '변호사를 선임하라(Lawyer up)'는 두 단어의 메시지를 올리며 조사 강화를 예고했다.

의회 다수당이 기업을 상대로 조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민주당만의 전략은 아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공화당도 하원 다수당 지위를 활용해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행과 에너지 금융 활동을 조사했다.

조지타운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이자 하원 감독개혁위원회 전 직원 책임자인 데이브 라팔로는 "지난 2년 동안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공화당 행정부가 집권하면서 감독 활동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기업 경영진에게 의회 조사는 법률적 부담뿐 아니라 평판과 인사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의회 청문회가 정치적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 증인으로 출석한 인사가 직장을 잃는 사례도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2024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 3명이 대학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문제를 다룬 의회 청문회에서 강도 높은 질의를 받은 뒤 사임했다. 기업들도 의회 조사 과정에서 공개되는 자료나 증언이 경영진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의회 조사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과거 의회 조사는 2010년 영국 석유회사 BP의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사고처럼 대형 기업 사건이 발생한 뒤 원인을 규명하는 사후 대응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초당적 입법이 어려워지면서 의원들이 기업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선제적으로 조사권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회가 가진 공개적 영향력을 이용해 기업의 사업 관행을 변경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다.

제너앤드블록의 로브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혐의조차 받지 않는 기업들이 자신들이 왜 조사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고객들에게 의원들이 반드시 위법행위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며, 의회라는 공개적 영향력을 활용해 기업의 사업 관행을 바꾸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내년 1월 의회 감독권을 본격적으로 행사하면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하거나 정부 지원을 받은 기업들은 과거 의사소통 기록과 사업 결정 과정까지 조사받을 가능성이 있다. 향후 조사 범위와 기업들의 대응, 청문회에서 공개될 자료가 미국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좌우할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