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미국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예상밖에 민주당 후보인 지나 이노호사가 승리하자, 미국과 아시아의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들이 타격을 받았다. 이노호사는 미국내에서 건설중인 데이터센터의 27%가 집중된 텍사스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일시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예상보다 하락폭은 크지 않았다. 텍사스 주지사가 바뀌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이 일시 중단되는 등 미국의 AI 정책 전반이 급격히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직후 4일(현지시간) 아시아 증시 오전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5% 가까이 급락했다가 낙폭을 만회했다. 일본의 키옥시아, 도쿄일렉트론, 어드밴테스트 등은 5%, 3% 넘게 떨어졌다.
미국 증시 개장전 프리마켓에서 네오클라우드 업체인 코어위브와 네비우스와 오라클 주가도 선거 결과가 전해진 직후 급락했다가 동부시간으로 오전 6시 기준 각각 4%, 1.5%, 2.4% 하락하며 낙폭을 줄였다. 나스닥 100 지수 선물도 급락에서 이 시간 현재 상승세로 돌아섰다.
4일 로이터가 인터뷰한 일부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반대론자들이 이번 민주당의 압승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됐다며 AI붐이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차입을 통한 대규모 투자는 AI 투자에 대한 과잉 지출 우려로 흔들려왔다.
가장 큰 데이터센터 허브로 불리던 텍사스와 함께 또 다른 대형 데이터건설이 진행중이던 조지아주에서도 데이터 센터 개발 유예를 공약으로 내세운 민주당 후보들이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당선됐다. 투자자들은 이번 결과가 데이터센터 건설에 더 엄격한 규제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 JP모건 주식 영업 부서의 일란 벤하무는 선거 전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텍사스 주 선거가 유일하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투자자들은 이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 투자 연구소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에이단 야오는 "AI 분야에 제약이 생긴다면 미국 경제, 미국의 인플레이션, 미국의 통화 정책 모두 매우 불확실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해 일부 공화당원들 조차 전력요금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을 올리고,불빛으로 밤하늘을 오염시키며, 주정부 지원을 정당화할 만큼 일자리나 세수를 창출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부에서는 관련 기업들이 미국인들에게 AI와 데이터센터의 효용에 대해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사 TCW의 최고경영자 케이티 코흐는 홍콩 금융 서밋에서 "기업들은 사업을 운영하려면 사회적 용인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AI 제공업체들은 심각한 홍보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AI와 데이터센터가 어떤 사회적 효용을 가져다 줄 것인지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여러 분석가들은 이번 선거결과로 미국내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된다 해도 AI나 컴퓨팅 파워 수요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이나 대규모 추가 규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OCA 이코노믹스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전국적인 건설 중단이나 대규모 추가 규제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AI 인프라 전문 분석기관 세미어낼리시스는 선거 직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7년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또 향후 2년간 투자할 자본이 이미 상당 부분 확보돼있어 의회 조사나 청문회가 건설 계획을 근본적으로 뒤집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텍사스·조지아 같은 주정부 차원의 규제는 실제 건설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2028년에 추가될 약 62.2GW의 신규 용량의 상당 부분이 아직 착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더 민감하다고 평가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규제가 강화돼도 프로젝트의 완전한 취소보다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유발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민주당 역시 국가안보 및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시각은 공화당과 큰 차이가 없고 업계의 초당적 로비 역시 규제의 강도를 제한할 것으로 봤다.
동부 시간으로 오전 5시 35분에 나스닥 100선물은 하락세에서 1.1% 상승으로 돌아섰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