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변동성에 월가도 “대응 불가”…그래도 ‘연말 랠리’ 온다는 이유

입력 2026-11-04 17:09
“거의 대응할 수 없는 시장이다. 기관 고객 대부분이 고전하고 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지난 2일(현지시간) 리치 프리보로츠키 골드만삭스 유럽 주식 트레이딩 총괄은 이렇게 전했다. 선거 전부터 매도세에 시달린 시장은 4일 개표 이후에도 예상보다 거센 민주당의 ‘블루 쓰나미’에 다시 한 번 출렁였다.

그런데도 월가에선 ‘연말 랠리’를 점치는 목소리는 여전히 많다. 기업 이익과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이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를 시작으로 불확실성이 하나씩 걷히면 주식 비중을 크게 줄인 투자자들의 매수가 반등을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매도가 매도를 부른 장세
4일 뉴욕증시 시간 외 거래에서 미국 나스닥100 선물은 한때 2.8% 하락했다. AMD·슈퍼마이크로컴퓨터 호실적에 상승 출발했던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사실상 확정한 데 이어 텍사스·조지아 등 공화당 텃밭의 상원 의석과 주지사까지 가져가며 급락세로 밀렸다. AI·데이터센터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술주 투심이 다시 흔들렸다. 다만 오후 들어선 매도세가 진정되며 선물가격도 약보합권까지 회복했다.

선거 전부터 시장은 극단적인 변동성에 시달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지난달 26~30일 기관과 개인, 헤지펀드는 일제히 미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AI·반도체·하이퍼스케일러에 몰린 매수 포지션의 마이너스가 커지자 손실 한도에 걸린 펀드들이 전체 노출을 줄이려 무차별적으로 팔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스테노리서치는 지난달 매크로 헤지펀드에서 포트폴리오매니저 105명이 해고됐다고 추산했다. 6~8월 20여명에서 급증했다. '블루 쓰나미'에도 AI는 계속그럼에도 월가는 연말 랠리 전망을 거두지 않았다. 프리보로츠키는 "고통스러운 연말 랠리가 준비되고 있다"고 봤다. 선거를 비롯한 주요 이벤트를 통과한 뒤 반등이 시작되면 주식 비중이 적은 투자자들이 뒤늦게 포지션을 복원하고 공매도한 주식을 되사면서 상승장을 쫓아야 하는 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조정을 예측한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결과와 관계없이 선거 자체가 불확실성을 걷너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선거 전후 급락을 매수 기회로 평가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연말 S&P500 목표치를 8000으로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의 승리를 'AI 투자 중단'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JP모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감안하면 AI 확장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법안 시행이 어렵다며 규제 우려에 따른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주 단위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는 투자 사이클을 완전히 꺾기보다 인허가·건설을 소폭 지연시키고 개발 비용을 높이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보다 근본적인 강세론의 근거는 기업 이익과 AI 수요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AMD는 내년 매출이 8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고,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연간 매출 전망을 상향했다. 앤드루 시츠 모건스탠리 크레딧 총괄은 "금리와 신용스프레드 상승에도 재무 여력이 큰 테크 기업들의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며 우량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공급은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올 연말 S&P500 7900 목표치를 유지한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설립자는 "S&P500 기업들의 올해 이익은 31% 상승했지만 지수는 10% 상승했고,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4% 오히려 축소됐다"며 기업 이익이 증시를 지탱할 것으로 봤다.

JP모건은 "중간선거 이후 미국 증시는 3개월 평균 5.4%, 6개월 평균 11.4% 상승했다"며 우호적 계절성도 강조했다. 단, 이란전 재격화에 따른 유가 상승, 우량 프로젝트까지 자금 경색이 번질 위험 등은 변수로 지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