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덮친 '블루 쓰나미'…반도체 수요 꺾일까 [분석+]

입력 2026-11-04 22:00

미국 중간선거를 휩쓴 '블루 쓰나미'에 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 초반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민주당의 상·하원 장악으로 데이터센터 규제가 강화돼 반도체 수요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전닉스 장중 상승분 반납 후 하락 마감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500원(0.68%) 내린 21만8000원에, SK하이닉스는 2000원(0.14%) 하락한 139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각각 3%, 5%대 올랐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코스피는 35.01포인트(0.62%) 오른 5683.80에 마감했다.

장 초반 매수세를 이끈 것은 미국 반도체·인공지능(AI) 서버 기업들의 실적 기대였다. 간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63% 오른 데 이어 AMD는 장 마감 후 시장 예상을 웃도는 약 170억달러의 4분기 매출 전망을 제시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도 연간 매출 전망을 높이며 AI 서버 수요에 대한 기대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중간선거 개표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민주당의 하원·상원 다수당 확보를 잇달아 예측하면서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전력망 비용 부담을 둘러싼 규제 우려가 부각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와 건설 둔화 우려가 확산되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데이터센터 규제 우려…투자 규모보다 '집행 속도' 관건규제 논의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및 용수 사용과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주민 반발에서 비롯됐다. 전력망 확충 비용을 개발기업에 부담시키거나 인허가 요건을 강화하면 건설비가 늘고 사업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의 의회 장악으로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충 비용을 일반 소비자가 아닌 개발기업에 부담시키는 정책 논의가 강화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은 서버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완공 일정이 늦어지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주문이 미뤄지고, 전력 확보에 드는 비용이 커지면 서버와 메모리 구매 규모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 결과가 곧바로 규제 시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실제 입법과 시행까지는 양원 협의, 대통령의 서명, 주별 전력 규제기관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며, 즉각적인 비용 부담 의무화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AI 투자 전체가 위축되기보다는 신규 프로젝트의 비용 구조와 투자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착공 지연과 발주 취소 구분"…메모리 공급 부족 지속 전망민주당 우세 자체는 예상된 시나리오인 만큼 주가 반응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민주당의 양원 탈환은 선거 이전부터 60% 이상 확률로 반영된 시나리오"라며 "새로운 악재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착공이 늦어지더라도 메모리 수요가 꺾인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규제 강화에 따른 착공 지연과 실제 서버, 메모리 발주 취소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공급계약 확대와 제한적인 메모리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일부 프로젝트의 집행 지연만으로 메모리 평균판매가격 하락을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증권가는 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를 유지했다. 이날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합산 영업이익을 232조원으로 전망했다. HBM 생산이 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은 더 빠듯해질 것으로 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재고가 10일치 미만인 상태"라며 "내년 HBM 생산 비중 확대는 범용 메모리의 공급 절벽을 유발해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반등의 조건으로는 규제 강도와 빅테크의 투자 계획이 꼽혔다. 서 연구원은 "실제 규제안 통과 범위가 제한적이고 빅테크의 AI 투자 계획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 확인된다면 최근 급락한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도 "선거 불확실성 해소 이후 장기금리, 신용위험 안정과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 확인된다면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회복 기대가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한경닷컴 기자 kong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