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美 의회 장악"…월가·빅테크, 규제 변화 촉각

입력 2026-11-04 13:57
수정 2026-11-04 14:06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를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 산업계가 정책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때문에 입법에 한계가 있지만 의회의 기업 조사와 인사 인준만으로도 경영 환경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여론조사상 민주당은 하원 탈환 가능성이 높고 상원에서도 승리를 노리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관세와 의료비 부담을 낮추는 입법을 추진하면서 조사·감독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가상자산 업계는 청문회와 자료 제출 요구에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일가의 가상자산 거래와 기업들의 정치자금 기부, 정부 계약 특혜 의혹 등이 조사 대상이다.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은행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워런 의원은 이미 금융회사 등에 트럼프 일가와의 거래, AI 사업, 기업공개(IPO) 관련 자료를 요구해왔다.

미국 중앙은행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대통령은 금리 인하와 대형 은행 자본 규제 완화, 가상자산·핀테크 기업의 중앙은행 결제망 접근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사 7명 중 자신이 임명한 인사는 3명으로, 과반을 확보하려면 한 명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인준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제롬 파월 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2028년 초까지 예정된 공석도 없다.

AI 데이터센터는 주 정부 선거 결과에 더 민감하다.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은 양당에 걸쳐 있지만 민주당 후보들이 더 회의적이다. 조지아·텍사스·미시간주의 민주당 주지사 후보들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일시 중단을 주장한다. 텍사스 상원의원 후보 제임스 탈라리코도 기술기업의 특혜성 세금 혜택 중단을 요구했다. 개발 일정과 투자 여건이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반대로 농업계는 바이오연료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보다 바이오연료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휘발유·경유에 섞는 바이오연료 사용이 늘면 원료인 옥수수와 대두 수요도 늘어나게 된다.

신용카드 수수료 규제는 초당적 협력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 비용 인하에 동의하고 있어서다. 은행의 카드 사업 수익과 비자·마스터카드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할 법안을 두고 가맹점은 기대하고 은행권은 우려한다. 다만 핵심 지지자인 공화당 로저 마셜 의원이 낙선하면 추진력이 약해질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의 규제 완화 기대는 더 낮아질 수 있다. 대부분의 가상자산 거래를 증권 당국 감독 범위에서 제외하는 법안은 지난 9월 상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규제 완화보다 업계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를 조사하는 데 무게가 실릴 수 있다.

반면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소극적인 독점금지법 집행이 대형 거래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결합에 이의를 제기할 권한은 행정부에 있어 의회 다수당이 바뀌어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거래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

의료업계는 건강보험개혁법(ACA·오바마케어) 보조금 복원 여부에 주목한다. 올해 초 보조금이 종료되면서 보험료가 뛰고 수백만 명이 가입을 포기했다. 민주당은 무보험자를 늘릴 수 있다며 공화당의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 근로 요건 강화에도 반대한다. 다만 백악관까지 장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책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일부 진보 후보는 ‘메디케어 포 올’ 같은 전 국민 건강보험을 공약했다. 카이저가족재단(KFF) 조사에서 유사 제도 찬성률은 66%였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과 정치적 갈등이 걸림돌이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전면 개편보다 기존 ACA 지원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