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하락"이라던 압구정…알고보니 2년 새 폭등분 일부 반납

입력 2026-11-04 15:10


재명 대통령이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주요 지역의 실거래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실거래 기록을 살펴보면 이들 지역의 하락은 지난 2~3년간 급등했던 가격의 일부를 되돌리는 '고점 조정'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강북권과 서울 외곽은 오히려 오름세를 이어가며 지역 간 가격 격차가 좁혀지는 모습이다. 야권은 "대통령 혼자 딴 세상에 산다"고 공세를 폈고, 이 대통령은 '강남 3구'만 말했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4일에 엑스(X·옛 트위터)에 "'집값 폭락 중' 대통령 발언, 강남만 맞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공유하며 "'강남만 맞았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 대한 언급은 틀렸다는 건데 나는 서울의 주요 지역, 즉 강남·서초·송파만 말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 전체 집값이 폭락 중'이라고 한 적이 없으니 강남만 맞았다는 것도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표현 방식도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주요 지역의 실제 거래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 말과 '폭락 중'이 같은 말일 수 없다"며 "같은 뜻이라 해도 직접 인용으로 표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요 지역의 실제 거래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물론 아닌 지역도 있지만, 정확한 데이터를 국민께서 직접 접할 수 있도록 잘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늘고 거래는 급감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주택가격이 올라야 이익을 보는 쪽이 자료 일부만 갖고 한쪽 방향으로 몰아가는 측면도 보인다"는 지적도 내놨다. 국무회의 직후에는 엑스에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경우 공적임대주택 용도로 정부가 대량매입하는 것을 포함해 대비책은 이미 강구 중"이라고 적었다.



◇압구정 한양·현대, 고점 대비 수억~수십억 하락…2년 전보다는 여전히 비싸

이 대통령이 지목한 강남 3구 가운데 하락 사례가 두드러진 곳은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들이다. 다만 최근 하락 거래가를 2~3년 전 가격과 비교하면 사정이 다르다.

부동산 플랫폼 리치고가 집계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압구정 '한양6차' 전용 106㎡(34평)는 2024년 7월 39억원에 거래됐다. 1년 뒤인 지난해 7월에는 65억원까지 치솟았고, 올해 6월에는 52억원에 손바뀜했다. 고점보다 13억원(20%) 떨어졌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3억원(33%) 높은 가격이다.

'한양3차' 전용 117㎡(38평)도 흐름이 비슷하다. 2024년 4월 41억1000만원이던 이 평형은 지난해 6월 64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8월에는 58억7000만원에 거래돼 고점 대비 약 6억원 내렸지만, 2024년 4월보다는 17억원 이상 높다.

'한양2차' 전용 147㎡(48평)는 지난해 2월 60억원에서 5개월 만인 7월 8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8월 거래가는 79억원으로 고점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가운데 최저 호가는 64억6000만원까지 내려왔다.

압구정 최고가 단지인 현대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압구정 현대 1·2차 전용 198㎡는 약 118억원에 거래돼 역대 최고가를 썼다. 두 달도 안 돼 24억원이 오른 가격이었다. 이후 올해 2월에는 압구정 아파트에서 종전보다 30억원 넘게 낮은 97억원과 98억원짜리 거래 2건이 체결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김동현이 매입한 압구정동 신현대 12차 아파트 전용면적 182㎡는 지난달 14일 88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면적대는 지난 7월에 112억5000만원에 두 건이 연거푸 거래되며 최고가를 쓴바 있다.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방송인 김동현은 지난 9월 23일 100억원에 매입 계약을 맺었다.

'88억원' 거래가는 최고 거래가보다는 24억5000만원, 김동현의 매입가보다는 12억원 낮은 가격이다. 김동현이 매입한 아파트는 3층, 88억원에 거래된 아파트는 6층이다.

지표로 봐도 비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묶은 서울 동남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8월 전월보다 0.29% 하락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강북은 계속 오른다…강북 14개구 평균 매매가 첫 12억 돌파

강남 고가 단지가 숨 고르기를 하는 사이 강북권과 외곽 지역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KB부동산의 '10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61% 올랐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1.52%로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종로구(1.32%), 도봉구(1.29%), 성북구(1.25%), 중랑구(1.14%)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강남구는 0.33%, 서초구는 0.04% 하락했다.

이에 따라 서울 강북 14개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194만원으로 처음 12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누적 상승률도 강북 14개구가 12.91%로, 강남 11개구(9.27%)와 서울 전체(10.98%)를 모두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달 넷째 주 기준 90주 연속 상승했다. 상승폭은 0.09%로 둔화됐지만 강남 3구를 제외한 나머지 22개 구는 모두 올랐다. 성북구가 0.39%로 가장 많이 올랐고 서대문(0.36%), 종로(0.35%), 강북·도봉(각 0.32%)이 뒤를 이었다.

시장에서는 지금의 흐름을 서울 전체의 하락이 아니라 '차별화 장세'로 보는 해석이 나온다. 대출 규제와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로 강남 고가 주택은 조정을 받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작은 지역으로 수요가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가 단지의 하락폭이 커 보여도 앞서 오른 폭이 워낙 컸던 탓에 체감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野 "대통령 혼자 딴 세상"

야권은 대통령의 시장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혼자만 딴 세상에 살고 계신 겁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서울 아파트값이 90주 연속 상승 중이고 올해 상승률이 집계 이래 최고인데, 도대체 어디에서 집값 폭락의 징후를 보셨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출을 틀어막아 집을 살 수 없게 된 것을 집값이 잡혔다고 보시는 것이냐"며 "모두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사투를 벌이는데 대통령 혼자 홍수에 대비하겠다고 나선 격"이라고 꼬집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에 "도대체 무슨 통계를 보고 있는 걸까"라고 적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떨어진 건 집값이 아니라 주가"라며 "더 놀라울 정도로 떨어진 건 대통령 지지율"이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며 "대통령 눈에는 강남 집값 하락만 보이고 강남이 아닌 수도권의 집값과 전·월세는 안 보이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집값 하락은 공허한 숫자놀음"이라고 했다.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강남 3구의 조정이 이어지더라도 2030년까지 이어질 서울의 공급 부족과 임대차 시장 불안을 고려하면 '하락 안정'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