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가느니 차라리"…한국인 10명 중 4명 몰린 여행지

입력 2026-11-02 08:09
수정 2026-11-02 08:18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들의 발길이 유럽과 북미에서 일본과 중국 등 가까운 아시아 국가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객 10명 중 7명 이상이 아시아를 방문했고, 국가별로는 일본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일 BC카드가 최근 3개년(2024~2026년) 상반기 내국인의 해외여행 소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아시아 지역 방문 비중은 74.3%로 집계됐다. 2024년 상반기 60.4%와 비교하면 2년 만에 13.9%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반면 장거리 여행지의 비중은 줄었다. 유럽은 12.3%로 2년 전보다 6.7%p 감소했고, 북미 역시 5.9%p 줄어든 8.2%를 기록했다.

BC카드는 유럽 여행 비중이 감소한 배경에 대해 항공권 가격과 현지 물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북미의 경우 달러 강세로 여행객이 느끼는 비용 부담이 커진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 고객 중 일본을 방문한 비중은 38.7%로 전체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중국이 11.2%로 뒤를 이었고 베트남(11.0%), 미국(10.5%)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중국의 방문 비중은 2024년보다 각각 8.9%p, 5.8%p 늘어난 반면 미국은 4.8%p 감소했다.

여행지에 따라 카드 사용처에도 차이가 있었다. 쇼핑 업종의 이용 건수 비중은 중국이 66.3%로 가장 높았고 일본(65.9%)과 대만(56.4%)이 뒤를 이었다.

미국에서는 식음료 업종의 이용 건수 비중이 34.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호주(33.5%)와 태국(32.7%)도 식음료 소비가 활발한 여행지로 나타났다. 숙박 업종 비중은 베트남(7.8%)과 태국(4.9%)에서 높게 집계됐다.

해외여행을 자주 떠나는 고객의 특성도 확인됐다. 연령과 성별로는 30대 남성의 해외여행 경향이 전체 평균의 1.4배로 가장 높았고, 20대 여성은 1.3배였다. 수도권 거주자 역시 평균보다 1.3배 높은 수준을 보였다.

소득과 카드 소비 규모에 따른 격차는 더욱 컸다. 연소득 1억원 이상 고객의 해외여행 경향은 평균의 2.2배였으며, 1인당 해외 카드 이용금액은 128만원이었다. 국내에서 신용카드로 매달 300만원 이상을 사용하는 고객은 해외여행 경향이 평균의 2.9배에 달했다. 이들의 1인당 해외 이용금액은 157만원으로 조사됐다.

해외여행을 반복하는 고객들 사이에서는 쇼핑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BC카드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개월 동안 해외여행을 두 차례 이상 다녀온 고객을 분석한 결과, 매번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 쇼핑을 즐기는 '신규 목적지 쇼핑 헌터'가 27.2%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전체 여행 소비금액의 80.9%를 쇼핑에 사용했다.

같은 여행지를 여러 차례 방문하는 '단골 실속 쇼퍼'도 24.5%를 차지했다. 이 유형은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한 날의 51%가 일본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유럽이나 북미 등 먼 지역에 비교적 오래 머무르는 '장거리 체류형 여행자'는 22.1%였다. 평균 여행 기간은 5.5일로, 쇼핑(34.2%)보다 식음료(41.9%)에 지출하는 비중이 높았다.

여행 횟수가 많은 '헤비 트래블러'는 전체의 14.6%로 나타났다. 이들은 18개월 동안 평균 7.2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왔으며, 1인당 소비금액도 376만원으로 여섯 유형 중 가장 많았다.

숙박에 여행 경비를 집중하는 '숙소 몰입 휴양족'(7.9%)은 전체 지출의 72.3%를 숙박비로 사용했다. 관광과 여가 활동을 중시하는 '레저·액티비티족'(3.7%)은 관련 업종 지출 비중이 55.2%에 달했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