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궁 외출' 한학자, 보석 취소 검토…재판부 "당황스러워"

입력 2026-11-02 21:22

지병 치료를 위해 보석으로 풀려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주거지로 지정된 병원을 벗어난 사실이 확인되면서 재판부가 보석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김무신·이우희·유동균 고법판사)는 2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 총재의 항소심 공판에서 외출 사실이 드러나자 즉시 보석 취소 여부를 심리하기 위한 심문을 진행했다.

앞서 이날 한 언론은 한 총재가 보석 기간에 치료받던 서울아산병원을 나와 경기 가평에 있는 통일교 궁전을 방문한 뒤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김건희특별검사팀 측은 "피고인이 주기적, 반복적으로 천정궁을 오간 사실이 확인되면 보석 조건을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재판부가 관련자들 접촉 금지를 조건으로 달았는데 증인으로 출석했거나 출석 예정인 자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한학자 총재 측은 "보석결정문을 봤을 때 주거 제한은 명확하게 인식했지만, 외출 제한까지 되는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며 "통상적으로 외출할 때 생기는 문제를 고려하면 사실상 외출할 수 있는 곳은 천정궁밖에 없어 낮에 휴식을 취하고 돌아오는 외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석 조건에 대해 오해한 부분이 있다면 조건을 명확하게 하는 걸 검토하는 것 외에 보석을 취소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보석 허가 심문 때 어떤 조건도 수용하겠다고 했고, 가능하면 (천정궁을) 주거지로 해달라고 했지만 관련 사건이 진행되는 점을 고려해 구속집행정지보다 낫지 않은 수준으로 보석을 결정했다"고 짚었다.

이어 "변호인이 원했던 보석 장소인 주거지(천정궁)에 외출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니 재판부에서는 그게 더 당황스럽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보석 조건 위반을 이유로 보석을 취소할지, 기존 보석 조건을 강화할지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재판이 끝날 무렵 발언 기회를 얻은 한 총재는 "보석 신청을 놓고 주거지 변경이라는 말을 들을 때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다"며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고 도움받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생활의 연속인데, 선처해주신다면 평생을 살았던 주거 공간에서 치료받으면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날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 "병원에 공소장 변경 신청 등 문건을 보냈는데 수취인 부재로 송달이 안 됐다"며 서울아산병원 측에 진료 경과와 한 총재의 병원 이탈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주거 제한 조치와 관련해 보석 조건을 잘 준수하고 있느냐"고 묻자 한 총재 측은 "그렇다. 병원 행정상 문제인지 알아보고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한 총재를 향해서도 "보석 조건을 잘 아는가"라고 직접 물으며 "잘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한 총재는 마스크를 벗은 뒤 "네"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한 총재의 보석 청구를 인용하면서 거주지를 현재 치료받고 있는 서울아산병원으로 제한하고 보석 보증금 2억원을 현금으로 납입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의료인, 변호인, 거동 보조인 등 제한된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과는 일절 접촉하지 말 것도 조건으로 명시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한 총재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주거지를 치료 중인 서울아산병원으로 한정하고, 보증금 2억원을 현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달았다.

또 의료진과 변호인, 거동을 돕는 사람 등 허용된 인원 외에는 누구와도 접촉하지 못하게 했다.

실제 한 총재가 보석 조건인 거주 제한 조치를 어긴 것으로 확인되면 보석이 취소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통일교 측은 한 총재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떠나 외출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보석 조건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통일교 측은 변호인을 통해 "보석은 기본적으로 석방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피고인이 주거에 거주하면서 외출하는 것은 주거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고 보석 조건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보석 조건을 어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등과 공모해 2022년 1월 당시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 차원의 통일교 지원을 부탁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7월께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거쳐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을 전달한 뒤 교단 관련 현안을 청탁한 혐의도 있다. 또 그해 3월 통일교 단체 자금 1억여원을 국민의힘 의원 등에게 나눠 후원한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8월 1심 재판부는 한 총재의 주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형을 합산해 총 2년을 선고했다.

이수 한경닷컴 기자 2s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