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에 목표와 성격이 겹치는 사업이 44개 편성됐다는 국회 소속 전문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이들 사업에 편성된 예산만 2조원에 육박한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산안 총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도 예산안 중 동일 부처 내 유사·중복 사업은 25개, 서로 다른 부처끼리 겹치는 사업은 19개로 집계됐다. 이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총 1조9609억원에 달한다. 이 중 대부분인 1조8097억원이 같은 부처 내 유사·중복 사업에 편성됐다. 재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업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정책처는 유사·중복 사업 중 가장 금액이 큰 사업으로 고용노동부의 K-청년뉴딜아카데미(4895억원)와 내일배움카드(6089억원)를 꼽았다. 두 사업 모두 고용노동부 소관이다. 이들 사업에 편성된 예산만 1조1000억원에 이른다. K-뉴딜아카데미는 이재명 정부에서 신설한 사업이다. 대기업이 주축이 돼 직장 적응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청년 도약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일배움카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훈련 프로그램 수강료를 지원한다. 예산정책처는 “두 사업 모두 직무훈련을 위한 과정인 데다 훈련 기관 역시 대기업 내 교육 관련 계열사 등으로 겹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고용노동부는 두 사업의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사립대 이공계 연구시설 인프라 지원 사업(6000억원)과 사립학교 교육환경 개선 자금 융자 사업(1248억원)도 중복 지원을 배제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예산정책처는 “직접 지원과 융자라는 방식만 다를 뿐 이공 분야에 특화된 연구·실습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는 비슷하다”며 “교육부는 대학의 자체 투자 여력을 확인한 뒤 사업 간 역할 분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정책 목표를 세운 사업이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모태조합출자’(신안보투자펀드)에는 250억원이, 방위사업청의 ‘방산수출 투자지원’(K방산수출펀드)에는 300억원이 편성돼 있다. 예산정책처는 “방사청 펀드와 신안보 펀드의 지원 대상이 중복될 우려가 있다”며 “혁신 기업 발굴 및 육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